"아들과 같이 살려고, 인생치킨 택했죠"
상태바
"아들과 같이 살려고, 인생치킨 택했죠"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8.08.23 14:21
  • 호수 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춘봉 인생치킨`으로 장사출사표 낸 김선영 권순규 부부

건강한 일자리 찾다-찾다 `과연 될까?` 걱정 앞섰지만 용기 내 창업

남해읍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여행객들의 쉼터가 되어야 할 남해읍전통시장. 전통시장 입구 아랫길 사거리에 색다른 치킨집이 들어섰다. 이춘봉 인생치킨. 남해읍터미널에서 읍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눈에 띄며 특히 밤 8시면 어두워지는 거리에 환한 가로등처럼 밝혀주는 이웃 가게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개업한 이 치킨집의 주인장은 젊은 부부다. 

남해읍 선소마을의 김선영 씨와 그녀와의 결혼으로 남해에서 살게 된 부산 사나이 권순규 씨.
올해 서른여섯, 서른아홉인 두 사람이 `이춘봉 인생치킨`이라는 가맹점 치킨집으로 장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뭘까. 특히 지난해 개업한 음식점은 18만 1300여곳이나 폐업신고를 한 곳 또한 16만 6700여곳에 달해 10곳이 새로 문 여는 동안 9곳 넘게 영업을 포기한다는 혹독한 자영업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게 된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장사를 결심한 건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선영 씨와 순규 씨에겐 하나뿐인 아들이 있다. 올해 7살인 하준이. 하준이가 아빠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주말에 불과했다. 아빠 권순규 씨가 타지에서 일을 했기 때문이다. 울산 조선소에서 용접일을 했던 순규 씨를 남해아가씨인 선영 씨가 처음 만난 건 부산에서였다. 이후 작은 부상으로 일을 그만두고 창원에서 낚시카페를 운영하던 순규씨. 선영 씨는 부모님 고향인 선소마을에 먼저 내려와 피부미용숍을 운영하며 주말부부로 지내왔다고 한다.

하준이가 세 네 살일 때는 주말에만 만날 수 있는 아빠와 떨어지는 걸 힘들어 했다고 한다. 그러나 헤어짐이 반복돼서 였을까? 하준이가 더 커갈수록 외려 아빠와 무덤덤해지고 서서히 서먹서먹해지는 걸 느낀 부부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고.

남편 순규 씨는 "더 늦기 전에 가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걸 아들 하준이가 가르쳐 줬다"며 그때부터 남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치열하게 찾아보았다고 한다.

날로 고민이 늘어난 순규 씨였다. 남해는 본인의 특기를 살릴 조선소가 없어 이웃 삼천포까지 가서 일을 했었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다시 남해 곳곳의 일자리를 찾았으나 건강한 일자리 찾기란 공무원 말고는 달리 보이지 않았다고.

아내 선영 씨는 말한다. "남편이 환경미화원 시험까지 봤었죠. 정말 일할 곳이 마땅찮았어요. 몇 개월 쉬니까 남편도 저도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우리 둘이 같이 장사를 해보자 결심했죠. 남해의 일자리 문제는 장사를 고민해서도 따라왔어요. 주 소비층인 3~40대가 많아야 하는데 남해는 일자리가 없다보니 젊은 소비층도 부족하잖아요? 과연 잘 될까? 차려도 될까 그 고민이 계속 됐죠"

 

남해 닭집은 잘 되더라! 숯불치킨을 공략하자
가게를 열어보자 마음먹은 순간부터 가장 컸던 고민은 `안 되면 어쩌나`였다는 부부.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떤 아이템을 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는데 희한하게도 닭집은 종류별로 많았는데 개성 있게 고루고루 잘 되는 것에 착안해 우리도 닭집을 해보자 결심하게 되었다고. 남편 순규 씨는 "닭을 선정하고 나서 남해에서 아직 많이 없는 `숯불치킨`을 하자 결심했고, 또 하나는 배달만 하는 곳이 아니라 이런 분위기의 홀, 앉아서 드실 수 있는 예쁜 가게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생소한 이춘봉 인생치킨이라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한 이유 역시 분명했다. 대구치맥페스티벌에서 당당히 대상을 받은 치킨이라는 데서 맛은 검증됐고 여기 프랜차이즈에서 제시하는 기본 메뉴 외에 점주의 개성을 살린 자율 메뉴 추가가 가능하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여겨졌다고. 선규 씨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남해사람은 아니지만 어디 나가면 남해가 시골이라고 무시하는 건 절대 못 보는 성격이거든요. 남해에 살아보니 경제적 여유나 삶의 질이 굉장히 높아요. 쉽게 말해 여기 분들 눈이 높고 기준이 높아요. 그래서 인테리어나 집기류에 더더욱 신경 써서 잘하고 싶었죠. 물론 예상보다 돈은 더 들어갔지만요, 하하하"

그래서일까? 초기자본금으로 1억여원을 썼다. 그중 상당부분인 6000여만원을 인테리어비용으로 쓰고 오븐 한 대도 700만원이 넘는 등 집기류에도 2000여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장사신입생인 이들 부부는 오늘도 무엇을 더 보완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아내 선영 씨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대로 조리해서 맛있는 닭요리를 대접하고 싶다"며 "이 시장아랫길 사거리가 읍 사거리 못지않게 밝아지길 바라고, 가장 먼저 거리를 밝혀주는 가게로 남고 싶다"고 했다. 

△대표메뉴: 이춘봉참숯바베큐 17000원 와이키키참숯바베큐 17000원 이춘봉 인생모듬 25000원 △영업시간 낮12시~밤12시(주문마감은 밤11:30분)△위치 및 연락처: 남해읍시장 아래 ☎055-862-8889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