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럭이는 문학의 깃발, 글로 나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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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는 문학의 깃발, 글로 나를 표현한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8.23 14:48
  • 호수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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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남해문학회를 찾아서
남해문학회가 독일 맥주축제 때 열어 온 거리시화전 풍경

문학은 사람들이 쉽게 만날 수 있고, 스스로 표현하기가 비교적 수월한 예술 장르다. 글을 읽거나 쓸 수 있다면, 독서를 통한 감상은 물론 붓을 들어 생각과 경험을 짜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음악은 들으며 즐길 수 있지만, 작곡이나 연주는 전문적인 수련을 거쳐야 가능하다. 미술 역시 미술관에 가거나 화집을 보며 공감할 순 있어도, 형상을 그리거나 표현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음악과 미술을 취미나 직업으로 삼는 이가 문학에 견줘 적을지도 모른다.

문학은 힘이 세다. 말이 있고 난 뒤 그림도 있었고 음악도 창안되었다. 그림이나 음악은 기본적으로 색의 농담(濃淡, 진하고 묽음)이나 소리의 억양(抑揚, 낮고 높음)을 바탕으로 삼는데, 문학은 말의 이데아인 생각에 기초를 둔다. 말과 문학은 이란성 쌍둥이라 할 수 있다. 소리에 근거를 둔 문학은 많은 이들의 공명을 불러일으키면서, 사람이 그 소통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게 만든다.

 

여기 질박하지만 화사하고, 물과 뭍, 바람과 천뢰(하늘의 소리)가 아름답게 얽혀 공존하는 공간, 남해에도 예부터 문학으로 세상을 울린 이들이 많이 났고 살았다. 남해에서 글로 작품을 남긴 최초의 사람들은 유배인이었다. 김구의 <화전별곡>이나 김만중의 룗구운몽룘, 룗사씨남정기룘, 박성원의 룗남정록룘, 유의양의 룗남해문견록룘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들은 짧게는 1년 남짓, 길게는 13년 동안 남해에 살면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그런 울력이 있어서일까? 남해 출신 작가들도 이후 속속 배출되었다. 그중 소설가 정을병(1934~2009)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꽤나 충격적인 소설 <육조지> 등 여러 편의 걸작을 남겼다. 이웃 문신수(1928~2002) 선생도 잊어서는 안 될 남해 출신 작가다. 질박하면서도 기품 있는 그의 글에는 고향을 아끼는 마음과 사람다운 향기를 사랑했던 그의 흔적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밖에도 현장에서 활약하는 남해 출신 문인은, 중후한 언어로 삶을 노래하는 이처기 선생을 필두로 치자 꽃송이만큼이나 많다. 

남해문학회(회장 김현근·사진)는 그런 선배들의 얼과 성과를 디딤돌 삼아 만들어진 문인과 동호인들의 모임이다. 1982년에 첫걸음을 내디딘 문학회는 작년까지 동인작품집인 룗남해문학룘을 20집까지 발간했다. 전편을 다 읽진 못했지만, 나도 몇 번 작품을 발표한 적이 있어, 그때 나온 작품집이나 최근에 나온 성과를 살펴보니, 남해의 문학은 갓 잡아 올린 활어처럼 지금도 싱싱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남해문학회의 회원은 30여 명 되는데, 등단한 작가들만 입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학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단다. 문학을 마중물 삼아 정담을 나누고 습작으로 품평을 받다 등단한 회원도 있다고 넌지시 일러준다. 글은 언제 불쑥 자신의 내면을 뚫고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그럴 때 허겁지겁 내빼지 말고 남해문학회의 문을 두드리면 바다까지 뒤덮는 글의 용암을 내뿜게 될 것이다.

남해문학회는 해마다 다양한 행사를 가진다. 달마다 정기 모임이 있고, 가을에는 화전문화제와 독일맥주 축제 등에서 `거리시화전`을 열기도 한다. 또 남해군민(일반인/학생)을 대상으로 작품을 공모해 12월 발간되는 룗남해문학룘에 싣는다. 국내외 문학의 산실을 찾아가는 `문학 여행`을 기획하기도 하고 문학교실에 대한 구상도 있는데, 항상 그렇지만 지원이 충분치 않아 실현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올해 초 새로 회장의 소임을 맡은 김현근 선생은, 자신도 시인이지만 군민들의 문학적 교양과 향수의 폭을 넓히고자 의욕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그와 회원들의 열망에 안팎으로 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 유쾌한 글의 모꼬지에 참여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박경화(m. 010-4840-9582) 선생에게 연락하거나, 사무실로 쓰이는 `씨티플랜`(남해초등학교 옆)을 찾아가면 반갑게 얼싸안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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