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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땅에서 분노북·중국경에서 통일을 꿈꾸다③ 2018. 8. 8. 수요일
남해타임즈 | 승인2018.09.14 13:20|(614호)
장 현 재
해양초 교사
본지 칼럼니스트

새벽 4시경 연길 시내를 가로지르는 부루하터강은 안개비에 잠겨있다. 희붐하게 밝아 오는 연길의 흐림을 뒤집고 사흘째 첫 일정 연변박물관으로 향한다. 박물관은 모두 3층으로 되어 있는데 1, 2층 한민족관은 의식주와 관혼상제 등 한민족의 생활 문화상을 3층 중국 근현대사관은 청나라 말기 항일투쟁과 공산혁명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그리고 반대쪽에는 발해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데 특히 남북국시대 발해국 3대 문왕의 딸인 정혜공주의 모줄임 천장구조의 굴식돌방무덤 모형이 인상 깊다.

오후가 되자 비가 잦아든다. 남서쪽 용정시로 방향을 잡는다. 용정 하면 명동촌의 시인 윤동주와 가곡 선구자이다. 개인적으로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2부에서 조준구를 피해 용정에 정착한 하동 평사리 사람들과 복수를 벼르는 최서희와 김길상이 터를 잡고 부를 모으는 내용이 연관된다. 용정이란 지명은 거룡우호공원 안에 있는 작은 우물에서 시작되었다. 이 우물은 일찍이 여진족이 사용하다 방치된 우물인데 이주한 우리 농민이 정착하여 다시 살리자 한족, 이민자 등 오가는 길손이 두레박을 빌리는 일이 잦아지자 두레박 즉 용두레를 해놓아 용두레 우물, 용정(龍井)으로 부르게 됐다 한다.

용정 시내를 거쳐 윤동주 생가가 있는 명동촌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 일송정이 있는 곳을 알려주지만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질 않는다. 일송정 하면 정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비암산 바위벼랑에 두 아름이나 넘는 소나무의 모습이 마치 돌기둥에 청기와를 얹은 모습처럼 보여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고개는 많은 애국지사가 용정 시내와 해란강을 굽어보며 독립의 마음을 모은 곳으로 용정에 설치된 일본 간도 파출소에는 성가신 장소였다. 그래서 없애기 위해 소나무를 사격표적지로 사용하였고 그래도 죽지 않자 줄기에 구멍을 뚫어 후춧가루를 넣어 고사 시켰다고 한다.

일송정을 뒤로 선바위 아래 길을 지나자 장재촌과 명동촌이 나타난다. 명동은 동쪽을 밝힌다는 뜻으로 동쪽은 우리나라를 말한다. 명동촌은 동북으로 완만한 호선형 구릉이 병풍처럼 마을 뒤로 둘러있고 그 서북단에는 선바위란 삼형제바위들이 창공에 우뚝 솟아 절경을 이루며 서북풍을 막아주고 있다. 그 바위 돌 뒤에서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으로 가기 전 사격연습을 하였다 한다.

시인 윤동주가 다녔던 명동학교 옛터 앞에 선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인의 목소리가 영화 `동주`와 겹치어 일제에 대한 분노가 붉은 격랑(激浪)을 이룬다. 명동 학교를 뒤로 시인의 생가로 옮긴다. 생가를 알리는 표지석엔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길 잃은 철새처럼 마음이 찢어진다. 분홍, 하양, 빨강 철 이른 코스모스의 꽃이 녹색에 대비되는 마당 가장자리에 주옥같은 시인의 시가 각인되어 있다. 생가 마루를 쓰다듬고 나가는 길 아쉬움에 고개를 돌린다. 생가 뒤로 장재마을로 접어드는 입구의 선바위가 묵언을 배경으로 시를 읊고 있다.

다시 명동촌과 장재촌을 지나는 길. 선바위에 올라 먼 동쪽을 바라보는 소년 윤동주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 윤동주`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말인가? 하지만 중국공산당은 이미 만주 일대에서 펼친 우리의 항일독립운동을 중국 조선족 항일운동사에 포함하고 있다. 아쉬움과 분노를 용문교를 흐르는 물에 띄워 보내며 일송정 고개에서 해란강을 굽어보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다짐하고 말 달렸던 독립투사들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선구자 한 구절을 떠올린다.

중국 속의 변방 연변과 용정시 그리고 명동촌 윤동주 생가를 보며 우리는 일제 강점기 시절 동북 3성과 중국 곳곳에서 벌어진 항일독립운동사에 대하여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물어본다. 학교 수업시간 역사를 배웠지만, 우리의 근현대사에 대한 언급은 깊지 못했으며 암기식으로 학습하였기 때문에 쉽게 잊혔다. 또한 역사 교과의 진술도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알게 모르게 편향되게 서술되기도 하였다. 역사란 있는 그대로를 살펴서 현재를 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무한한 흐름 속에 일각(一刻)도 안 되는 인간의 욕심과 야망에 의하여 진실이 오도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바른 서술 위에 해석은 각자에게 맡겨야 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시인의 마음으로 역사를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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