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와 선필로 천진불(天眞佛) 품게 하는 성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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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와 선필로 천진불(天眞佛) 품게 하는 성각 스님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8.09.20 10:46
  • 호수 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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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19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여는 성각스님, 선화와 선필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야단법석, 우리네 삶의 모습이다. 우왕좌왕과 갈팡질팡 사이 미소는 잃어가고 근심을 쟁여둔다. 그러다 문득 부처님 말씀이 궁금해 다시금 우왕좌왕, 갈팡질팡 질서 없이 소란을 피워 보다 보니 어느덧 두둥실, 보름달이 밝은 한가위 추석이 목전이다. 저 둥근 달을 꼭 닮은 어린아이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어디서부터 유래된 것인지 문득 아득해진다. 그래서였을까? 성각 스님의 선묵이 담아낸 `억겁의 미소`.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불어 맑아지는 기분이다. 미소를 따라 성각 스님이 보여주는 선(禪)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만나보았다. <편집자 주>

선화의 산실인 남해 망운사, 선화로 참선하는 구도자 성각 스님
대한민국 최초의 `선화 제작` 분야 부산시 지정 무형문화재 성각 스님
예술의 전당, 10월 19일부터 쌍계 총림 방장 대종사 고산 큰스님과 사제 동행 전시

 

억겁의 미소, 성각 스님 作

선서화는 세상으로 건너가는 뗏목
 망운산 위의 절인 망운사의 또 하나의 산(山)으로 굳건히 자리하는 성각 스님, 그분은 망운암을 망운사로 일으켜 세운 장본인이셨다. 인법당 형식의 자그마한 암자였던 망운암은 스러져갈 지경이었다. 그러나 성각 스님이 1989년 망운암에 와서 3년간 노장스님을 시봉한 후 불퇴전의 마음으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토굴에 들어가 천일기도를 회향한 후 본격적인 불사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처음에 전기를 놓고 다음엔 7㎞가 넘는 산길을 내고 대웅전 불사를 비롯해 오늘의 도량으로 정비하는데 꼬박 20년 세월이 걸렸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쌍계 총림 방장 대종사 고산 큰 스님께서 도움 주셨노라며 합장하는 성각 스님의 정성이 지극하다. 그리하여 마침내 망운암은 독립사찰 망운사로 승격되었다.

 망운암에서 망운사로 나아가는 그 험난한 그 길 위에서 성각 스님의 흐트러짐 없는 참선의 벗이자 세상으로 건너가는 뗏목이 되어준 것이 바로 `선서화`였다. 이곳 망운산 자락의 망운사에서 30여 년 넘게 선화의 맥을 이어온 성각 스님은 하루도 붓을 놓은 적이 없다. 날마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예불과 참선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선서화에 정진하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특히 굵고 힘찬 붓놀림으로 山자를 그림처럼 형상화 시키는 독특한 운필로 유명하며 동자승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주는 여백 및 여유의 미가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최근 10곡 병풍에 가로세로 1.5㎝ 폭에 불과한 전서로 금강경과 반야심경 등의 불경을 세필(細筆)로 써 내려간 작업을 선보여 많은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양맹준 전 부산박물관장은 "전서는 쓰는 법과 과정은 무척 까다로워 조금이라도 바뀌거나 틀려선 안 된다. 그러므로 전서를 쓰려면 무한정의 시간이 소요된다. 선필의 깊이가 오롯이 담긴 10곡 병풍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붓으로 표현하기 가장 어려운 게 원과 직선인데 성각스님의 선화에는 원과 직선마저 조화로워 선서화에서 이미 일가를 이뤄내신 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참 나를 찾아가는 과정인 선화
 성각 스님은 서울 예술의 전당 내 서예박물관-현대전시실에서 다음 달인 10월 19일부터 방장 고산 큰 스님의 작품 20여점과 함께 총 40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사제 동행 전시를 가진다.

 성각 스님은 "방장 고산 큰 스님께서 항상 `선화의 본산이 남해 망운산 망운암`이라며 제가 작품 하는 방에 `선화당`이라는 이름까지 지칭해주셨다. 그만큼 선묵에 대한 애정이 큰 분"이라며 사제 동행 전시에 기대감을 표했다. 특히 이번 전시의 백미는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9호 선화 제작 기능보유자인 성각 스님의 또 다른 수행의 발로인 세필(細筆) 대작인 `병풍 10곡`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금강반야바라밀경 등 총 4개 부문의 8000여 자가 순수한 고문의 전서체로 채워져 있다. 세필로 된 대작 제작은 국내 최초이기에 그 가치를 감히 가늠조차 어렵다.

 성각 스님은 "선화는 참 나를 찾아가는 수행이자 제 삶이다. 귀중한 불경을 세필로 새기는 작업 또한 마찬가지다. 참선의 과정이자 결과물인 셈이다. 전광석화(電光石火)같은 불심이 일 때 붓을 잡지 않고, 화선지에 옮기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 `반긴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살아가며 절절히 다가올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반기는 미소, 아이를 닮은 천진한 미소는 억겁의 시간 속에서도 살아남아서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남는다"며 "기적처럼 주어진 매일, 매일을 공명한 자비심과 함께 하기를 빈다"며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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