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 이웃인데 혼자 외로워서 우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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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 이웃인데 혼자 외로워서 우얍니까"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8.09.20 10:52
  • 호수 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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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행정복지센터 `내 이웃 찾아줌 우체통`으로 은둔형 취약주민 찾아
서면행정복지센터에서 운영중인 `내 이웃 찾아줌(zoom)우체통`, 우체통 옆에 놓인 메모지에 어려움을 처한 이웃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4월부터 운영하는 복지서비스, 한달 평균 8건 남짓 안타까운 사연 있어

 "우리 엄마에게서 편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는 한글을 몰랐기 때문이다"
 이는 나의 엄마 이야기일 수도 있고 친구 엄마의 이야기 일수도 있는 우리 엄마들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은 사연들, 그런 이야기를 말해주고 들어주는 사람이 바로 내 옆의 `이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웃을 우린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영제 전 군수 시절엔 내 이야기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마을마다 `어르신 한글공부 수업`이 있었다. 지금은 이웃끼리 덜 외로우라고 `내 이웃 찾아줌 우체통`이 마련돼 있다. 남해군 서면행정복지센터의 복지서비스 소식이다. "부끄러워서 남들한테 말도 못하겠고, 이런 말 해봤자 내 자식들 얼굴에 먹칠하는 것 같아 골만 아프다…" 이것이 솔직한 부모심정인지도 모르겠다. 정종길 서면장은 "흔히들 복지사각지대라고 말하는데 그게 달리 있는 게 아니다. 연죽 고랑에만 나가봐도 삼삼오오 할머니들 모여 계신데 군것질거리 사들고 가서 찬찬히 이야기 듣다보면 안타까운 사연들이 도처에 있다. 그런데 그걸 본인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여러 가지가 걸려 차마 도와 달라 소리를 못하신다"며 "그래서 22개 마을 경로당을 순회하면서 경로당에 작은 우체통과 적을 수 있는 메모지를 두었다. 마을 부녀회장, 이장 할 것 없이 이웃이라면 누구나 거기에 어떤 마을에 어떤 분이 이러저러하게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는 내용을  적어서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연락처를 몰라도 우리 복지담당자가 매주 취합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고민해 연계 방안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즉 `은둔형 취약주민`을 찾아내 이웃이 되어 도와주는 우체통인 셈이다. 이러한 주민을 신속히 발굴하기 위해 서면행정복지센터에서는 지난 4월부터 `내 이웃 찾아줌 우체통`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복지혜택 많아도 몰라서 힘겹게 사는 노인 많아
 22개 마을, 약 2800명 남짓한 주민이 살고 있는 서면. 각 마을 우체통에 담긴 간절한 사연만큼이나 복지서비스의 내용도 다양하다. 약 5개월 지난 현재까지 실제 들어온 건 70건 이상이며 접수된 건수는 38건, 월 평균 8건 정도의 어려움을 해소해 오고 있었다.

 일례로 노구마을의 한 할머니는 `남편과 사별하고 4남매의 자녀를 혼자 죽을힘을 다해 키워왔으나 장성한 4명의 자녀들 모두가 배우자와 사별·이혼 등으로 가족이 해체돼 늙은 본인을 돌볼 형편이 안 된다`는 사연이었다. 이 할머니 사연을 접한 복지팀에서는 일주일 만에 급여를 신청, 7월 초에 기초수급자로 책정되면서 매월 생계비를 지원받게 해주었다.

 또 남상마을의 한 할머니는 `재처로 와서 3남매를 교수, 박사로 키웠냈지만 남편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양육한 자녀들로부터 버림받아 보일러도 없이 겨울을 보내왔다`는 사연이었다. 이에 실태를 살핀 후 한국에너지재단에 보일러를 신청·설치함으로써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정종길 서면장은 "38건 중 10건은 처리했고 나머지 28건은 조사나 사례관리 중에 있다. 꼭 수급자가 되지 못해도 다양한 재단 등을 통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서면새마을표 수제반찬 드림 사업도 진행하고 있고 곧 재능기부로 `전기안전봉사단`을 꾸려 노후화된 전기누전차단기 교체 사업도 진행해 더 이상의 화재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더 많은 분들이 외롭지 않게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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