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륙교에 관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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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륙교에 관한 소회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9.20 11:39
  • 호수 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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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지난 12일 군민의 숙원이었던 새 연륙교가 착공 9년 만에 준공되었다. 지역민들의 이동 편의성이나 이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명칭 문제에 있어서는 국가지명위원회가 하동군의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노량대교`로 정리됐다.

그런데 문득 연상되는 이야기가 있다. 갓난아이 하나를 두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과 솔로몬 임금에 관한 성서의 한 구절이다(열왕기 상3:16-28). 한 집에 기거하는 두 여인이 사흘 간격으로 각자 아들을 출산했는데 둘 중 한 아이가 숨지고 말았다. 그러자 이 아이의 어머니는 자신의 실수로 깔려 죽은 아들을 다른 아이와 바꿔치기했다.

한 아이의 생모가 둘이 된 상황에서 두 여인은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임금을 찾아가 판결을 청했다. 솔로몬은 양쪽의 말을 모두 듣고 난 뒤 시종더러 칼을 가져오도록 했다. 그리고 "산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쪽은 이 여자에게, 또 반쪽은 저 여자에게 주어라."라고 명했다. 이에 아이의 생모는 `아이를 죽이려거든 차라리 상대방 여자에게 주라`며 울부짖었다. 그러나 남의 아이를 훔친 여자는 `내 아이도 네 아이도 되지 못하니 아이를 반으로 나누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로써 진실이 가려졌다.

연륙교 명칭 논란과 관련하여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솔로몬의 지혜를 대입해 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하다. 두 지자체 간 갈등은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다. 입장차가 크다 보니 한쪽 안이 채택되면 다른 한쪽은 반발할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여하간 다리를 둘로 나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또한 공인된 심의기관에 의해 결정된 명칭인 만큼 그에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으로 교량은 공공재의 특성상 일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전유물 또는 소유물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소모적인 쟁론 대신 연륙교를 매개로 지역경제 발전에 보탬이 되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다만 지명위원회의 공표를 흔쾌히 수용하지 못하는 남해군민의 입장에서 한번쯤 사태의 전말을 되짚어 볼 여지는 있다. 단순히 제안이 반려되었다 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명위원회의 결정 과정에 다소 의문점이 남기 때문이다. 남해군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원칙과 상식선이 무너진 이유다. 과연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수준의 보편타당한 논리성이나 전문성· 공정성을 갖추고 심사에 임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그리고 가급적 심의 과정이나 내용은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도록 공개하면 좋겠다.

유인도 472개 무인도 2876개 합계 3348개의 섬을 보유하는 반도국 대한민국에서, 섬은 지정학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현재는 섬에 사람이 거주하더라도 열악한 생존 조건으로 인해 언제 어떻게 인적이 뚝 끊어진 무인도로 전락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교육 환경이나 의료 기반이 취약함은 물론이고 기상 상황에 따라 뱃길마저 차단되면 주민들은 섬에 고립될 수밖에 없다. 섬은 생태계의 보고라 일컬어진다. 우리의 소중한 섬이 생기 넘치는 유인도로서의 명맥을 유지하려면 국가 차원의 관심과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섬과 섬사람에 등한할 경우 섬의 소멸은 자명하다. 늦게라도 사안의 중대성을 깨달았다면 지방 소멸 못지않게 유인도 소멸에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또한 도서 지역 주민들이 다리 이름마저 박탈당하고 상실감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교량 명칭 명명에 관한 원칙과 기준을 재확립해야 한다. 연륙교를 건설하는 본디 목적만 기억한다면 교량 명칭을 지정할 때 섬을 우선 배려하는 전통이 훼손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섬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리나 다리 이름에 무심할 수 없다. 남해를 예로 들더라도 주민들의 시름을 그나마 얼러 준 것은 다름 아닌 연륙교다.

참고로 새 연륙교의 개통에 따른 변경 사항이 있다. 즉 기존 남해대교는 국도의 지위를 상실하고 지방도로로 격하되며 관리주체도 지자체로 바뀐다. 오랜 세월 노구를 이끌고 교량의 본분에 충실했던 `남해대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노량대교`의 발전을 더불어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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