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회사`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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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회사`에 살고 있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9.20 11:42
  • 호수 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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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대 시 론
황 성 우
초록스토어 주인장
본지 칼럼니스트

서울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귀촌을 고민하며 방황하던 시절, 우연히 스쳤던 책을 요즘 다시 읽고 있다. 그동안 나름 경험과 견문이 쌓인 탓인지 책의 내용도 새롭게 다가온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속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논란 또한 끝이 없다. 많은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은 대기업에 취직을 못해서 난리인 반면, 중소기업은 인재를 못 구해 난리다. 사회가 온통 일자리 부족으로 아우성이다. 저마다 삶의 가치와 우선순위가 다르니, 비교 자체가 옳고 그름을 논하기 민감한 주제이며 무의미할 수 있겠다.

하지만 통념에 기대어 보자면, 대기업 선호 이유는 연봉과 복지후생,친지와 주변 인식의 영향이 크다. `하고 싶은 일`보다 얼마나 많은 `경제적 여유`를 안겨주느냐 또는 `출세`로 여기는 관념이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대기업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은 스스로를 소모품, 하나의 부품으로 비하하며 뛰쳐나오고 싶어한다. 누구는 못 들어가 안달이고, 거기 있는 자들은 나오고 싶어 안달이니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중소기업은 연봉과 복지는 상대적으로 뒤처지지만, 자아실현과 업무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회자된다. 회사 전반적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하며 스트레스도 따르지만, 그로 인한 개인의 성장이 양면적인 장점이기도 하다.

시대는 많이 변했고 또 급속도로 변하는 중이다. 청년이 된 자손이 가족과 노부모를 부양하고 기우는 가세를 일으켜야 했던 과거에는, 경제적 수입을 위해 `나의 꿈` 쯤은 희생해야 할 가치였다. 지금은 구성원 대부분이 크든 작든, 많든 적든 경제활동을 하는 가정이 많다. 경제적 수입보다 `자아실현`, `하고 싶은 일`이 직업의 중요한 가치가 된지 오래다. `꿈`을 잃고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무의미한 시대일지도 모른다.

이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 직업의 가치관에 대한 담론들이 대도시와 시골의 차이점과 유사하게 느껴진다면 논리적 비약이 될까? 적어도 필자에게는 `대기업-중소기업의 차이`가 `대도시-시골의 차이`와 유사하게 느껴진다. 대도시에서 누리던 편의와 복지, 넘쳐나는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버리고 지방 군단위 지역에 사는 것은 `중소기업`을 선택한 것과 비슷한 연유였다.

서울에 살 때는 분명 편리했고, 회사는 복지도 좋았으며, 문화공연과 전시도 많았던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만큼 (대부분의 경우는 이유없이) 바쁘기에 편리해야만 했고, 끝없는 야근과 철야로 힘드니 복지가 좋아야 했으며, 쌓이는 스트레스를 공연, 전시, 여행을 즐기며 해소해야 했다. 없는 게 없는 `과잉공급의 대도시`지만 딱 하나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나`였다. 뭘 위해 사는 건지 혼란스러웠고 이런 삶이 정말 원하던 것인가 고민은 끝이 없었다.

모든 선택에는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게 마련이다.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을 택하며, 대도시 대신 지방 소도시를 택하며 `잃은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실패`한 것으로 비춰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패나 포기보다 `버린 것`이라 말하고 싶다. `갖고 싶지만 잃거나 포기한 것`이 아닌, `다시는 갖고 싶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남해로 내려온 후 나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대도시에 비해 없는 것도 많고 불편함도 많은 남해지만, 도시에서는 사라졌던 `나`를 발견해가고 있다. `남해군`은 내게 그런 곳이다. 누군가가 제공하는 문화를 즐기는 대신, 직접 일상 속 문화를 그리고 만들어간다. 좋아하며 하고 싶은 것을 즐기고 도전해보며 살고 있다. 그러면서 밥값도 벌고 있으니 더 좋을 수 있을까? 전에는 타인에 의해 하루가 채워졌다면 이제는 온전히 나의 생각과 의지에 따라 하루가 채워진다. 도시에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이 곳에서는 큰 부담없이 도전하고 부딪히며 성장하고 이루어갈 수 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르다. 개개인이 다르듯 기업도 다르고 지자체도 다르다. 대도시가 되고 싶은 지자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자체도 있다. 어느 쪽이든 `정체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무조건 도시를 닮으려 한들 이미 후발주자임은 명백한 사실이며, 무분별한 도시화가 초래한 정체성 없이 쇠멸해가는 지방 소도시들은 이미 흔히 볼 수 있다. 나다운 모습을 찾아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남해다운 남해`, 대기업이 무시하지 못하는 저력있는 중소기업, 특색있고 자생력있는 `경상남도 남해군`이 되길 바란다.

나는, 내가 선택한 남해라는 `작은 회사`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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