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곡(正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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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곡(正鵠)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9.20 11:45
  • 호수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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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로부터 정곡을 찔리면 매우 난감해진다. 정곡이 무엇이길래 그곳을 공격당하면 맥을 추지 못하고 상대에게 치부를 드러내는 부끄러움을 느껴야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사전적의미를 찾아보니 과녁의 한가운데가 되는 점으로 가장 중요한 요점 또는 핵심이란 뜻이었다.

원래는 궁술(弓術)의 전문용어로, 과녁에 있어서, 사방 열 자 되는 것을 侯(후)라 하고, 넉 자 되는 것을 鵠(곡)이라하고, 두 자 되는 것을 正(정)이라 하고, 네 치 되는 것을 質(질)이라고 하는데 정곡은 거기서 말하는 정과 곡에 해당하는 중심표적을 말한다고 되어 있었다. 

당사자가 스스로 과녁이 됐을 경우엔, 쏘는 이의 입장에서는 정곡을 향해 살을 날려야하고, 살을 피해야 할 입장에서는 정곡을 내어주면 모든 게 끝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정곡을 찔렸을 경우, 목숨으로 보자면 생명이 파국에 이르렀다는 것이고, 논리적으로 본다면 당위성의 마지막보루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정곡을 찔렸으니 당연히 수치감의 극치에서 얼굴을 들기가 곤란할 수밖에 없고 싫더라도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본인의 치명적 약점이 노출되어 무너져 내렸는데도 견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궤변으로 강변하거나 물리적 충돌을 수반해야하기 때문에 보통사람으로서는 매우 힘든 일이다. 상대의 정곡을 찌를 땐 상당히 신중해야하고 관리되어지지 않으면 반목과 질시로 사회는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똑 같은 과녁을 두고 서로가 정곡을 맞추기 위해 시위를 당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경쟁사회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공자는 중용에서 "활 쏘는 것은 군자의 태도와 같은 점이 있다. 정곡을 놓치면 자신에게 돌이켜 구한다고 했다." 이는 활을 쏘아 정곡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돌이켜 자신에게 잘못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정곡을 놓쳤더라도 그 탓을 다른 이유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함을 인정하고, 정곡을 놓치지 않은 상대의 실력을 인정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고, 부단한 정진을 통하여 나의 실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생각되어 진다. "경쟁하되 다투지 않는 사회"는 이런 시대정신을 통하여 만들어진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건강해진다.

이제 며칠 안 있으면 치열한 삶의 경쟁으로부터 잠시 빠져나와 그리웠던 사람들과 함께하며 심신의 고단함을 위로받을 수 있는 추석명절이다. 매양 훈훈한 인정만으로 모든 시간을 채울 수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크고 작은 수많은 고향의 이슈들로 인하여 우리는 정곡을 놓치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를 써야 하는 경우도 많이 만날 것이다.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경쟁은 있으되 다툼으로 비화되어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기는 일이 생기지 않는 그런 풍성한 추석명절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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