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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길 위의 행복
남해타임즈 | 승인2018.10.11 16:36|(617호)
송 홍 주
남해신협 이사장
본지 칼럼니스트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그러나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의 기준은 다르다.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 것으로 믿는 사람도 있고, 돈이 아무리 많아도 행복과는 무관하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적어도 부와 명예가 행복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닌 것 같다.

불과 50여 년 전 우리는 춘궁기를 겪었다. 보릿고개가 되면 생계걱정은 했었지만 불행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요즘처럼 삶을 비관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우리나라는 반세기 동안의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상대적 빈곤지수와 자살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가족이나 이웃과 오손도손 모여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는 없어졌다. 모두가 바쁘게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적 빈곤 속에서 허덕이며 사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학자들은 상대적 빈곤에서 벗어나 행복지수를 높이려면 자연으로 돌아가 여행을 많이 하라고 한다. 자연친화적인 활동으로 삶에 지친 영혼이 쉬게 하고, 사람들과 길을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며 삶의 여유를 찾아야한다. 나는 길을 걸으면 살아있음을 느낀다. 걷는 것은 흙의 생명력과 만나는 것이다. 땅과 교감을 느끼면서 길을 걷다보면 생생한 자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걸으면 비로소 보이지 않던 꽃이며 나무며 새들의 지저귐까지도 보인다. 천천히 길을 걸을 때에는 가진 것을 내려놓게 돼 편안해진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여유로움과 함께 자신의 존재감만으로도 행복감에 젖게 된다.

스페인의 산티아고길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많은 도보객들이 길을 걷고 있다. 길게는 한 달 가까운 긴 여정으로 길을 걸으며 자신을 찾아간다. 우리나라에서 걷는 길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제주올레길이 만들어지고부터이다. 이후 지리산둘레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걷는 길이 많이 생겨났다. 남해군에도 2010년부터 바래길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남해바래길은 경치가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길을 문화생태탐방로로 조성한 길이다. 남해군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다. 유배객 자암 김구 선생이 화전별곡에서 신선의 섬으로 묘사했던 유유자적한 삶을 느껴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다. 바래길을 걷다보면 점점이 떠있는 섬, 깎아지른 해안절벽 등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나 안전시설이 완전하지 않는 곳도 있고 일부 구간은 도로변을 걸어야 되는 다소의 불편이 있지만 바래길은 전국의 명품길로 꼽힌다.

남해바래길은 바다와 접해있는 지역의 특성상 척박한 자연환경을 개척하며 살아온 남해사람들의 삶의 길이다. 바래는 가족들의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 갯벌이나 갯바위로 나가 조개나 미역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을 말한다. 궁핍했던 지난시절 먹거리를 얻기 위해 바다로 바래하러 나가는 것이 일상이기도 했다. 어머니들은 채취한 해산물을 공부하러 떠난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바래길에서는 자식들이 더 나은 삶을 이루고 가족들이 행복하는 바람을 기원하는 성취의 길이기도 했다. 바래길에서 올려다 보이는 금산 보리암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기도도량이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 자신의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바래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이웃과 나눠먹던 바래길은 나눔의 길이기도 하다.

나는 바래길을 걸을 때면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어릴 적에 미역이나 조개, 고동 등 해산물을 얻기 위해 바래하러 다니시던 어머니가 떠오른다. 해산물을 한바구니 머리에 이고 한손에는 호미를 들고 마섬끝에서 걸어오는 실루엣이 아른거린다. 아름다운 자연과 이야기가 있는 바래길을 걸으면 행복해지는 또 하나의 이유다.

오는 11월 3일, 선선한 가을 보물섬의 앵강만을 따라 이어지는 바래길2코스 앵강다숲길에서 `제8회 남해바래길 가을소풍`이 펼쳐진다. 이번 가을에는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와 산과 들이 조화를 이루고 보물섬에 얽힌 역사와 문화가 배어있는 남해바래길 위에서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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