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실 마을 어귀 그 사네의 집
삽짝문 옆 붉은 칸나꽃들 멀리서도/
다 보인다
소나무가 바람소리에 황소울음 토하면
당넘어 가는 닭 벼슬 같은 열기
아무도 모르지만
무거운 삶의 짐 한 짐 부려 놓은
여름 상처 깊은 오롯한 욕망으로
새벽에 툇마루의 소줏병 홀로 글썽인다
붉은 정념들 서로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밤에도 늘 깨어 있었다
오래된 잎이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눈가를 자주 비볐고
가끔 저녁을 굶은 족제비가 지나갔다
우리는 아무것도 주고받지 않았어도
늘 아름다운 순간이 많았고
그때부터 이름은 마음에 파고 들었다
차라리 말 잃고 살망정 그게 죄는/
아닌 것을
가을바람에 맡긴 몸 그 바람에 차진 살맛
짐짓 슬거머니 앞섶을 푸니
이거 참 시월 햇살이 팔월 땡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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