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서예가 나아갈 돌파구 제시한 선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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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서예가 나아갈 돌파구 제시한 선묵전
  • 하혜경 서울주재기자 기자
  • 승인 2018.10.25 11:47
  • 호수 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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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성각스님 서화전 `물속의 달` 예술의전당에서 열려 / 대형전서 설치작품으로 조형성 높여

쌍계총림방장 고산 혜원 대종사 큰 스님과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선화기능보유자인 망운사 주지 성각스님의 선묵특별전 `물속의 달 水月` 개막식이 지난 19일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진행됐다.

스승과 제자의 묵향이 어우러진 귀한 서예전에 문화예술인은 물론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전시회 개막을 축하했다. 먼저 전시회의 주인공인 고산 혜원 대종사 큰 스님과 망운사 성각스님이 자리했으며 불교방송 회장 성호 큰스님, 동국대 명예교수인 법산 큰스님 등 불교계 인사들이 자리를 빛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 여상규 국회법제사법위원장, 강희락 前 경찰청장, 강신영 前 경찰청장 등 정관계인사들과 김종진 前 문화재청장, 고학찬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 유종목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 탤런트 전원주 씨 등 문화계 인사들도 함께했으며 하윤수 한국교총회장, 하영제 전 남해군수 등 성각스님과 인연을 맺은 고향사람들도 대거 참석했다.

국회의원부터 서대마을 주민들까지 서예전 개막 한마음으로 축하
이번 전시회는 성각스님의 스승인 고산 큰스님과 성각스님의 서화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만큼 전시회가 갖는 의미는 크다. 전시회 개막식은 그 의미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은 "이번 전시는 서예박물관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전시로 예술의전당과 공동기획으로 마련했다"며 "전시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산 큰스님은 "입을 한 번 열어 말을 할 적에는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해야 한다. 좋은 말 한마디는 희희낙락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반대로 나쁜 말 한마디는 얼마나 마음을 상하게 하느냐"며 "성각은 붓을 한 번 휘 둘러서 얼마나 행복한 그림을 그리느냐. 정성을 다한 마음을 보라"고 말했다.

성각스님은 인사말에서 "재주도 버리고 배움도 버리고 식견도 버려야 선화가 되기에 아집에서 벗어나기에 부단히 애를 썼다"며 전시에 쏟은 애정을 소상히 밝힌 후 전시회에 도움 준 사람들일 일일이 거명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성각스님은 "가을이 오니 공기에 청량이 가득하다. 모두가 이 전시를 보고 좋은 기운으로 성불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행사장에는 스님의 고향인 창선 서대마을 박복열 이장을 비롯한 마을주민 40여명도 참석했다. 박복열 이장은 "항상 마을 주민들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시는 스님의 전시회를 축하하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상경했다"며 "스님이 가르침이 서울에도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묵에 대한 고정관념 탈피, 21세기 서예가 나아갈 방향 제시
이날 전시는 5개의 구역으로 나눠 전시됐다. 제 1구역은 성각스님의 자작시로 쓴 한글행초 대자(大字)연작인 룗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르느냐룘, 2구역은 `반야심경` 일자대서자서로 재구성한 룗아자선방룘, 3구역은 고운 최치원의 `진감선사비`를 현재화시킨 룗진감룘, 4구역에는 고산스님과 성각스님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된 룗고산룘, 5구역에는 행초 대자일자서(大字一字書) 35점으로 구성한 설치작품 룗물속의 달 水月룘 이 전시됐다.

이동국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반야심경 설치작품부터 자작시문 한글행초서 등 혁신적인 화면 경영을 해내고 있다. 이런 작업은 기존 선묵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고 혁신시킨 점에서 우리시대 서예의 돌파구를 마련할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해 출신이며 동국대학교 명예교수이신 법산스님은 성각스님의 선화의 세계에 대해 "새벽 예불과 참선 후 내다보는 운상(雲上)의 경계에 빠져드는 순간 신선이 된 느낌으로 젖어든다. 이런 경계에서 표출되는 산색이 그림으로 화선지에 한점 이어지며 산을 보고 산을 그리고 하늘을 보고 원을 그리고 그 동그라미 속에 눈을 그려 넣을 때 잔잔하고 밝은 미소가 피어나는 동심이 동자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禪이 線으로 펼쳐나는 성각 스님의 독창적인 선화의 세계"라고 평했다.

관람객에게 큰 울림 남긴 전시
19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전시회장에는 일반 관람객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다. 선필(禪筆) 선묵(禪墨) 선서화(禪書畵)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회복하자는 전시 취지에 따라 불교 경전을 공부하는 사람들과 서예를 배우는 사람들의 관람이 줄을 이었다.

서울 서초동에 거주하는 윤미라 씨는 "스님이 쓰신 반야심경 글씨를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서예를 배우면서 지금은 전서를 배우고 있는다. 처음엔 생선가시 같다고 생각했던 전서였는데 스님이 쓰신 글씨를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다. 군더더기 없는 자연 느낌이 들면서 어머니 품에 들어간 것처럼 먹먹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며 "전시를 보고 나오면서 이제는 진짜 나를 위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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