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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매일 얘기해요, 삶의 질이 달라졌다구요"| 귀촌 |
강영자 기자 | 승인2018.10.25 11:55|(619호)

숲, 노을, 화덕피자, 따끈한 사랑, 귀촌자의 낙원, 헐스밴드
남해 사는 즐거움을 꼽자면 `자연그대로의 마켓` & 운동하기 좋은 곳!


 장항숲, 그곳은 모종의 시크릿가든이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바닷가에 번진 서면 노을이 얼마나 붉은지를 푸른 숲과 보색으로 짝지어 볼 수 있는 곳. 그런데 그곳에 거짓말처럼 또 하나의 낙원이 생겼다. 화덕피자와 로스타리 커피로 알려진 헐스밴드가 그곳이다.

 헐스밴드, HERSBAND. 여자들의 수다모임이 펼쳐질 것 같은 그곳에 가면 태권도를 사랑한 요리사와 조각을 전공한 바리스타가 있다. 남편인 박재연(36) 씨와 아내인 허수경(37) 씨.

 이 두 사람은 경기도 평촌에서 귀촌한 부부로 장항숲을 배경으로 밭 풍경과 바다풍경을 병풍처럼 두른 가게 헐스밴드를 마술처럼 뚝딱 만들어 냈다.

 수경 씨의 부모님께서 10년 전부터 남해로의 귀촌을 준비하셨고 그 덕분에 수경 씨 또한 자연스레 부모님이 운영하는 펜션 일을 돕는 등 자주 남해를 오가게 되었다고 한다. 수경 씨는 "저희 부모님이 계시니까 남해가 친숙하긴 했어도 워낙 도시생활에 익숙했던 터라 남해로의 귀촌을 딱 결심하진 못했다. 외려 신랑이 적극적이었다. 망설였던 저에 비해 신랑은 내려가서 살자는 생각이 확고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에서의 삶은 초역세권의 삶이었다. 지하철역과 대형마트, 대학병원이 바로 아파트 코앞이었으며 5분 거리엔 멀티플렉스 극장까지 있었다. 그토록 도시적 삶을 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마트도 끊고 극장도 끊고 과연 적응하며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됐던 것.

 하지만 남해는 달랐다. 장항의 노을은 도심에서 볼 수 없었던 형용이었으며 딱히 어디라는 지표를 굳이 꼽지 않아도 해안도로를 달리는 탁 트인 그 기분만큼은 초역세권에서 누렸던 편리보다도 황홀했다. 결혼 4년차 부부는 결혼 생활 최고의 모험인 귀촌을 향해 용기를 냈다. 지난 5월 전입신고를 마치고 화덕피자 가게를 열게 된 것도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고.

 태권도선수출신으로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각종 과외 지도까지 하느라 주7일을 일했던 신랑 재연 씨는 운동만큼이나 요리를 좋아하는 남자였다. 미술대학에서 조각 전공을 했으나 꽤나 오랜 시간 커피를 사랑했던 신부 수경 씨는 커피에 빠져 사는 카페 매니저였다. 새로운 곳에서 살며, 새로운 도전도 용기내 보자 싶었던 부부는 포인트를 `좋아하는 것`에 맞췄다. 그래서 신랑은 남해로 내려오기 전 피자레스토랑에서 피자를 마스터 했고 신부는 좋아하는 커피 로스팅을 멈추지 않았다. 수십 곳의 땅과 집을 보다, 보다 허름한 폐가 자리였던 이곳을 겨울에 발견했는데 그 낙엽들 사이에서도 왠지 강하게 끌렸다고 한다.

 재연 씨의 강한 끌림으로 이곳으로 가게 자리를 낙찰하고, 컨셉과 인테리어는 여행을 좋아하는 수경 씨의 아이디어로 채웠다. 그렇게 일터는 뚝딱 만들어졌고 그곳에서 이들 부부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정신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귀촌전도사`될 수 있는데, 인프라가…
 오전 10시께부터 수경 씨는 커피를 볶고 재연 씨는 화덕 점검과 피자 재료 준비하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12시부터 손님을 받으며 저녁 8시에 가게를 마감하는 일상.

 재연 씨는 "우리 둘이 맨날 이야기해요. 남해 와서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남해 내려올 때 우리를 위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늘 있었는데, 지금은 친구들이 저희를 `꿈`으로 삼을 정도다. 사실 남해가 부러운 환경이잖아요. 게다가 생활체육환경이 잘 돼 있어 운동하기도 더할 수 없이 좋다. 누구나 이런 좋은 환경을 누리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경 씨 또한 "힐링 그 자체인 환경 속에 사는 우리 부부야말로 그야말로 위쪽 동네에 사는 친구들에겐 로망인 삶을 살고 있다 보니 우리가 귀촌전도사가 될 수 있는데 (귀촌하려는) 친구들에게 해당되는 혜택이나 지원 자체가 전혀 없다는 게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특히 자연산 회를 비롯해 싱싱한 제철 농산물을 구해먹고 이웃의 인심을 느끼는 즐거움이 하도 커서 `마켓이 없어도 되는구나!`를 느끼며 산다는 이들 부부.

 하지만 긍정에너지 가득한 이들에게도 불편한 교통은 절박한 문제였다. 수경 씨는 "시골 남해에까지 외국인 여행객들이 찾아와요. 이들은 보험이 안돼서 차량 렌트도 할 수가 없죠. 택시로 이동하기엔 부담이 크고 버스는 납득하기 어려운 배차간격과 낯선 마을지명 때문에 힘들죠. 참 안타깝다"며 단순 여행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면 단위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려 해도 자차 없이는 출퇴근이 어려우니 그 또한 고민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영자 기자  nh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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