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앞선 강진, 두 발씩 걸어야 하는 남해
상태바
한 발 앞선 강진, 두 발씩 걸어야 하는 남해
  • 전병권 기자
  • 승인 2018.11.01 15:53
  • 호수 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7년 9월 26일 강진군청소년문화의집 개관
전남 22개 시·군 중 마지막 청소년수련시설 건립
학부모와 시민단체가 투쟁해 얻은 산물
-----------------------------------------------------------------
기획취재 | (가칭)남해군청소년문화센터 건립,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④남해와 닮은 강진군청소년문화의집
강진군청소년문화의집 2018 청소년참여기구 및 청소년동아리 위촉식이 지난 3월 31일 열렸다.

 남해군과 강진군은 많이 닮았다. 그런데 청소년수련시설을 놓고 보면 강진군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2017년 9월 26일 개관한 강진군청소년문화의집(2016년 5월 착공), 2019년 완공예정인 강진군청소년수련관, 강진군은 청소년수련시설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해군청소년문화센터(가칭)를 준비하는 남해가 현실적으로 주목해야 할 선진지로 손꼽힌다.

낯선 곳에서 느낀 남해의 향기
 남해군과 강진군이 닮은 점은 인구소멸로 인해 사라질 지자체에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수는 올해 초를 기준으로 남해군 4만4000여명, 강진군 3만7000여명으로 남해가 7000여명 더 많다. 또 노령인구가 많고 연령이 낮을수록 인구가 적다. 학령기 청소년은 두 지자체 모두 3000여명이다. 또한 1차 산업을 제외하고는 자연환경과 문화관광이 주 자원이고 읍내 주차장 부족 현상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주목할 점은, 전라남도 22개 시·군 중 강진군이 마지막 순서로 청소년수련시설을 건립하며 전남 모든 지자체에는 청소년수련시설을 보유하게 됐다. 이웃인 경상남도는 18개 시·군 중 (2019년 고성군청소년수련관 완공예정) 남해군과 함양군에만 청소년수련시설이 없다. 경남에서는 어떤 지자체가 막차를 탈지 귀추가 주목된다.
 

3층으로 건립된 강진군청소년문화의집은 혹시라도 아이들이 떨어질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각 층마다 그물을 촘촘히 설치해놨다.

학부모와 군민의 목소리로 짓다
 강진군청소년문화의집(관장 전태진·43·얼굴사진)이 위치한 장소는 예전 강진문화원이 있던 곳이다. 이 부지는 군청과 경찰서, 도서관 등 공공기관들이 밀집해있고 터미널과도 400m 안팎이라 접근성도 뛰어난 곳이다. 이러한 이유로 학부모와 주민들은 청소년수련시설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았다.

 강진문화원이 이전함에 따라 이 부지를 두고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그중 청소년수련시설은 외곽이 지어지면 된다고 방치된 채, 강진군의회 본청이 들어서야 한다는 주장과 강진군공용주차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분분했다.

 이런 여론에도 청소년문화의집이 들어선 이유는 2015년 이전부터 학부모 단체와 강진교육발전협의회,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청소년수련시설의 필요성을 주장해왔고, 부지활용에 대해 시위와 캠페인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즉 강진군청소년문화의집은 학부모와 시민단체의 목소리로 지켜낸 투쟁의 산물이다.

 전태진 관장은 "군의회 본청이든 주차장이든 자가용이 있는 어른들에게는 작은 불편함이지만, 자가용이 없고 대중교통이 취약한 아이들에게는 시설 이용자체가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대중교통이 도시처럼 활발하지 않는 농어촌에는 많은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높은 곳에 청소년수련시설이 위치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학교·학원과 경쟁하지 않아
 전 관장은 "청소년수련시설의 경쟁 대상은 학교·학원이 아니다"며 "우리 시설은 학교와 학원에서 제공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강진청소년들이 양식조리사 자격증반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인근 도시에 있는 요리학원으로 통학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설명했다.

 개관부터 관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전 관장은 1년을 돌이켜보며 "무에서 유를 만들기는 너무 힘들었다. 예를 들면 청소년 동아리를 10개에서 20개 만드는 것은 쉽지만, 0개에서 5개 만들기가 훨씬 어렵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기획·활동한 경험이 적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동아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힘들었다"며 회상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까
 전 관장은 "강진군청소년문화의집을 이용하는 청소년은 초·중학생이 많다. 주말에는 하루 종일 인기가 많지만, 평일에는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가기 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많이 온다. 우리 시설이 지역 중심에 있음으로써 기존에 방황하던 아이들이 현저히 줄었다. 아이들이 탈선하지 않게 관리해주고 있기에 부모님들도 안심하시고 호응해주신다. 딱히 홍보하지 않아도 선배들을 보고 어린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시설을 방문해서 어떤 욕구가 필요한지 보다 쉽게 알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군청소년문화의집은 일주일에 600여명(중복포함)이 평균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강진군 청소년 3000여명 중 도보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은 2000여명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과 기숙사 인원을 제외하면 적어도 읍내 초·중학생들은 대부분 강진군청소년문화의집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아빠의 주말은 일하는 날
 전 관장은 두 아이의 아버지다. 많은 아이들의 선생님이자 삼촌, 아버지 역할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아버지가 아닐 수도 있다. 2007년부터 청소년 일을 시작한 그는 어린이날은 물론 주말 대부분은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아빠의 주말은 일하는 날이기 때문. 대부분 청소년수련시설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하고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가 공식 근무요일이다. 일요일은 순환근무로 일하고 있다.

 전 관장은 "남해군에 청소년수련시설이 생긴다면 직원들의 순환근무를 최소화함은 물론 농어촌에서 찾기 힘든 청소년지도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