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과 머묾 사이, 그 틈을 찾아 셔터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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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과 머묾 사이, 그 틈을 찾아 셔터를 누른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11.09 13:26
  • 호수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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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보물섬남해사진연구회를 찾아서

2012년 장편소설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로 제3회 김만중문학상 대상 수상을 한 임종욱 작가. 그 인연으로 남해가 좋아 남해에 살면서 집필에 골몰하는 임 작가는 문화예술이 우리 곁에 더 가까이 와닿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격주로 군내 문화예술단체를 탐방해 그들의 활동을 담아낸다. <편집자 주>
 

성능 좋은 촬영 도구들이 널려 있는 21세기에 왜 사진이 필요한 건지 의아할 때가 있다. 어지간한 스마트 폰이면 사진도 찍을 수 있지만, 당연히 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그 해상도나 용량도, 업체 사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점 더 고급화되어 가고 있다. 풍경을 담거나 행사를 기록할 때, 하다못해 애완동물의 귀여운 재롱을 기억하고자 할 때도 영상이 더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여전히 사진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영상은 정지한 프레임이 연이어지면서 동작을 재현하지만, 사진은 바로 한 프레임으로만 존재한다. 그러니까 영상은 사실 착시 현상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영상은 기억의 감도를 높여주지 못한다. 한 프레임이 지니는 밀도는 때로 백 시간의 영상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상상을 꽃피운다. 어릴 적의 아련한 기억이나 학창시절 동기들과 만든 추억은 어떤 한 장면으로 수렴되면서 선명해지고 감동을 준다. 한 장면에서 촉발되어 기억은 스토리로 풀려나간다. 그렇기에 사진은 기억과 상상의 출발이면서 귀착점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현존하는 가장 오랜 사진은 1827년, 프랑스 석판 기술자이자 발명가인 조세프 니엡스(Joseph N. Niepce)에 의해 선보였다. 납과 주석의 합금판을 이용해 그는 집 창문에서 보이는 풍경을 8시간 빛에 노출시켜 첫 사진을 완성했다고 한다. 정말 흐릿하기 그지없는 이 사진은 인간이 처음으로 기억을 뇌에 담지 않고 2차원 공간 위에 재현한 순간을 전해준다. 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현장의 증거물인 사진. 한 장소 같은 시간에 백 명이 모여 사진을 찍었다고 해도 백인백색인 이 오묘한 경험이 사람을 사진의 세계로 끌어들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사진술에 도입된 해는 관점에 따라 다소 차이는 나지만 1880년대 초반이었던 모양이다.

사진이 영상과 비교해 가진 장점도 많다. 인화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꺼내 볼 수 있고, 전시나 게재도 손쉽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한 요즘은 필름을 쓰지 않아 비용도 저렴하고 보관이나 관리에도 불편함이 적다.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 그러나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자면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사진. 네모난 파인더를 뚫어져라 주시하면서 유일한 장면을 찾아 떠나는 수많은 사람들. 바다와 산, 언덕과 들판이 바둑알처럼 점점이 포진한 이곳 남해에도 한 장의 사진을 얻고자 오늘도 자연과 사람 사이를 오가는 집요한 사냥꾼들의 모임이 있다.

`보물섬남해사진연구회`(회장 박홍국·사진)는 2014년에 처음 결성되었다. 그 전해 문화원에서 주최한 `디카(디지털 카메라) 사진 찍기 교실`에 모인 것이 인연이 되었다. 손바닥만 한 카메라를 들고 촬영 방법이나 기법 등을 익혔는데, 교실이 끝난 뒤에도 이들은 흩어지지 않고 세상을 이해하고자 나섰다. 그때 회원이 30여 명이었는데, 지금도 20여 명이 남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단다.

연구회는 올해까지 여섯 차례 작품전을 열었다. 지금 내 손에는 그 6년 간의 흔적들이 팸플릿으로 남아 들려 있다. 사진은 손으로 쓴 편지와 같아 딱 한 장만 존재한다. 사진 속에 갈무린 사연들을 눈으로 읽자니, 회원들이 쏟은 발품과 순간을 영원으로 승화시키려는 집념이 육성처럼 들려온다.

연구회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모임을 갖는다. 때로 출사 여행도 겸하는데, 남해에만 머물지 않고 순천만이나 낙안읍성, 구례읍성 등 세상의 명소들을 사진 안에 여투기에 여념이 없다. 또 사진 촬영을 자족적인 여가로만 머물게 하지 않고, 작품이 필요한 사람이나 단체가 있으면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하고, 남해 곳곳에 있는 공공 화장실 벽에 걸어 해우(解憂)와 함께 남해의 절경과 인심을 알리는 데도 부지런하다. 내년에는 남해도서관에서 사진반을 열어 교육과 저변을 넓히는 일에도 나설 작정이란다. 세상에 게을러서 이루어지는 일은 하나도 없지만, 사진만큼 사람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여정도 없을 듯하다.

이 탐구의 대열에 동참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박홍국 회장(m.010-2530-1361)에게 연락 주시길 바란다. 장비는 차차 장만하자. 스마트폰만 있어도 만사 오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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