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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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고독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11.22 13:22
  • 호수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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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 화
남해군상공협의회 사무국장
본지 칼럼니스트

언제 그렇게 고독한 적이 있었던가? 살아 있는 한 결코 도망칠 수 없는 물음이다. 과거는 쉴 새 없이 현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를 풀어주려면 온전한 기억이 있어야 한다. 고독은 기억을 소환하고 인간은 기억을 통해 진실에 이르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습격당하는 의식의 진통 속에서도 자기중심을 찾으려는 것,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고독임을 겨우 알 것 같다.

고독은 외로움과 다르다.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 기인하는 정서이지만 고독은 스스로 홀로 되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고독은 자유로움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며 생각을 집중하고 소통의 기반을 만드는 숭고한 시간이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살며시 세상을 빠져나와 홀로 외로움을 껴안아라. 얼마나 깊숙이 껴안는가에 따라 네 삶의 깊이가 결정되리니. 불편함이 찾아올 때면 살며시 익숙함을 빠져나와 그저 불편함을 껴안아라. 네 삶의 자유가 결정되리니. 불편과 고독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추구하는 것, 불편과 고독의 날개 없이는 삶은 저 푸른 하늘을 날 수 없으니, 굽이도는 불편함 속에 강물은 새롭고 우뚝 선 고독 속에 하얀 산정은 빛난다.

박노해 시인의 불편과 고독이다. 견디는 것과 추구하는 것은 다르다. 외로움도 불편함도 껴안으라고 하니 인간이 왜 고독해야 하는지를 타일러 준다. 고독은 비어있거나 메마른 것이 아니라 겹겹이 쌓아 올리는 것이다. 절망의 지대에 희망의 날개를 달아주고 마중물을 보내어 심층의 샘물을 파는 작업이다. 오래된 생각과 대화하는 내 존재의 춤판이며 나의 힘으로 내 삶의 가능성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실존적 정서이다. 그렇기에 고독한 사람은 영혼을 팔지 않는다.

자신에게 무관심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자신에게 관심을 둔다는 것은 무엇인가? 고독을 배우면서 느끼고 참아 내면서 즐기는 법을 아는 것이다. 자신을 가눌만한 능력도 알고 보면 고독한 흔적에서 나오는 것이다. 긴장과 갈등 속에 발견했던 수많은 마음의 지뢰들도 고독을 통해 제거할 수 있다.

고독한 흔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사색이다. 생각과 행동을 진열하고 다른 시선으로 품평해야 한다. 사색은 세상과 자기를 격리한 채 자신의 내면과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다. 보이는 것만 보는 고착된 시선의 허상에서 관습과 편견을 제거하고 관찰과 응시를 병행하는 것도 사색의 결과이다.

사색하려면 군중 속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혼자인 시간만큼 사색하기 좋은 환경은 없다. 사색을 통해 생각의 존재를 확인하고 고독을 통하여 생각의 형체를 다듬는다. 사색은 고독을 일으키는 마음의 자본이며 사색의 한계가 내 삶의 한계이다.

인간은 왜 고독해야 하는가? 심연(深淵)의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독의 웅덩이로 가라고 떠미는 것도 아니고, 꼭 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화려하지 않은 그곳이지만 나의 존재가 들어있어 흔적 남겼던 존재를 찾기 위함이다. 이처럼 고독은 지금 여기의 내 삶과 깊은 연관이 있다.

눈이 부신 빛과 어둠은 내가 만드는 것이지만 근원적인 길에서 만나는 빛은 빛이 아닌 것이 되고 어둠은 어둠이 아닌 것이 된다고 했다. 어쩌면 고독의 기회를 얻지 않는 것은 자신을 방임하는 것이다. 고독 속에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솔직하게 털어놓아 생각의 터전을 마련하고 어두운 숲 속에서 헤매고 있는 자신에게 반듯한 길을 찾아준다. 고독에서 오는 강인함이야말로 성숙한 어른의 힘이 돼 나를 살피어 찾아내고 잘못 들어선 수레의 바큇자국을 연마시키는 작업을 가능하게 만든다. 내 안의 육감을 자극해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을 창조하는 계기도 고독한 시간에서 나온다.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된다. 행동은 곧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이 되고 인격은 운명이 된다. 생각의 뿌리에 고독이 존재한다. 시간의 흔적을 탐색하여 사회적인 인간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고독은 인간 존재에게 주어진 근본 감정으로 타인의 지배 아래에 놓여 있는 일상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이라 했다. 그곳에서 존재의 의미를 밝힐 수 있다고 했으니 깨어 있고 싶으면 먼저 고독해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에게 묻는 일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낯선 자의 눈으로 관조해야 한다. 고독한 사람은 시대를 열어나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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