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둥글다
상태바
공은 둥글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11.22 17:19
  • 호수 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최후 승자는 프랑스다. 벨기에를 꺾은 프랑스와 영국을 꺾은 크로아티아가 결승전에서 만나 격돌한 끝에 프랑스가 4-2로 이겼다. 브라질·독일·아르헨티나가 빠진 4강전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못지않은 이변이 카잔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일어났다. 전 세계 축구팬들의 예상을 뒤엎고 대한민국 태극전사가 상대팀인 독일 전차군단에 2-0으로 이긴 바로 그 경기다.

독일이 어떤 나라인가. 월드컵 역대 전적을 보면 `출전 18회, 우승 4회, 준우승 4회`의 화려한 기록의 보유국이다. 더군다나 지난 대회 우승국으로 FIFA 랭킹 1위다. 그런 강팀이 한국과의 경기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이로써 독일은 월드컵 역사 80년 만에 조별 예선 탈락이라는 수모를 견뎌야만 했다.

독일을 상대로 얻은 2골은 모두 전·후반 경기를 마치고 추가 시간에 터졌다. 김영권이 성공시킨 첫 번째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즉시 비디오 판독을 실시한 끝에 골로 확정되었다. 두 번째 골은 주세종으로부터 넘겨받은 공을 손흥민이 이어받아 하프라인 근방에서부터 전속력으로 질주하여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한국 팀 수문장 조현우의 철벽 선방에 독일은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경기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볼 점유율은 한국 31% 독일 69%, 슈팅은 한국 10 독일 17, 골키퍼 선방은 한국 6 독일 3이다.

축구는 팀플레이가 생명인 스포츠다. 일개인의 활약에 의존하기보다 모든 멤버가 각자의 포지션에서 기량을 발휘하여 전체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전력이 배가된다. 11명의 선수가 초록빛 잔디 위에서 공을 좇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방어 또는 공격을 위해 양쪽 진영을 종횡무진 누비는 선수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이들도 많다. 반드시 이겨야만 관중의 공감을 얻는 것은 아니다. 질 때 지더라도 스포츠맨십에 따라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관중은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국은 자국 팀이 보유한 경기 능력의 최대치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16강 진출이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날 우리 대표 팀은 말이 아닌 결과로 대한민국 축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더불어 4년 뒤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만도 사실은 대단한 일이다. FIFA 회원국 209개국 가운데 32개국만이 본선에 초대된다. 한국의 러시아 월드컵 성적은 19위다.

다만 경기장 안에서 뛰어다니는 선수들을 좀 더 오래 지켜보고 싶었던 한국 축구팬들로서는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꼬박 4년을 손꼽아 기다려 온 월드컵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의 섭섭함을 다소나마 상쇄시킬 겸, 한국 축구의 정점을 찍었고 12번째 축구 선수 `붉은 악마`의 맹활약이 돋보였던 `2002 한일 월드컵` 그 감동의 순간을 함께 되새겨 보고자 한다. 언제 어느 자리에서 끄집어내더라도 흐뭇한 추억이 아닐 수 없다.

그해 6월 한반도는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우승국 브라질도 나 몰라라 하고, 4위에 등극한 자국 선수단에 오천만 `붉은 악마`가 열광했다. `IMF 위기` 때 온 국민이 장롱 속 금붙이를 탈탈 털어 나라 빚 청산에 나섰던 사건을 능가하는 건국 이후 최대 이벤트라고나 할까. 축구팬들의 `팬심`은 단지 축구에 머물지 않고 나라 사랑으로 이어졌다. 더 나아가 남녀노소 온 국민의 가슴 가슴마다 애국심이라는 것이 끓어올랐다.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짝짝짝짝짝` 요란한 박수소리와 함께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던 그날의 함성이 지금도 귓가에 아련히 맴돈다. 통역 자원봉사자로서 직접 참가한 대회여서인지 개인적으로 감회가 더욱 새롭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 팀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축구 맹주국인 독일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세계 축구팬마저 충격과 감동으로 몰아넣었다. 무엇보다 한국인의 뚝심으로 `공은 둥글다`는 말을 여실히 입증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