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면 갈화 출신의 강옥매 시인이 그녀의 첫 시집 『무지개는 색을 어디에 놓고 사라질까』(문학의전당ㆍ사진)을 발간했다. 2015년 <시에> 신인상을 수상하며 그간 400여 편 습작으로 꾸준히 공부해 온 강옥매 시인은 이미 등단한 작가이자 현직 논술강사이기도 하다.
현재는 경기도 양주작가회 소속이자 <시촌>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고교시절부터 시에 관심을 가지면서 대학에서 국문학 전공을 하였으며 시창작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담담한 언어로 마치 무지개가 두고 간 색(色)들의 흔적을 찾는 여정을 담은 듯한 이번 시집에는 총 64편의 시가 4부로 나눠져 담겨져 있다.
강옥매 시인은 “행랑채 처마 아래 가지런히 쌓아놓은 장작더미의 결속, 툇마루 항아리에 꽂혀 있는 노란 들국화와 반닫이의 고요함, 싸리 빗자루가 쓸어놓은 마당의 물결무늬, 어릴 적 울타리 너머 보던 큰집의 풍경이다. 그 여백과 고즈넉함은 아직도 유효하다”며 “7남매의 막내였던 어린 시절의 나는 행상을 나갔던 엄마를 기다리던 기억…몇 밤만 지나면 삼베 팔러 간 엄마가 돌아오겠지 하고 언니 손을 잡고 잠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 기억 때문일까. 내 시에는 이러한 삶의 풍경이 일상처럼 잔존해 있다”며 “그래서인지 난해시 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지향한다. 앞으로도 일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를 꾸준히 써 가고 싶다”며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시집에 수록돼 있는 시 한 편 ‘상강(霜降)’의 전문을 싣는다.
상강(霜降)-강서분 여사
땅 그림자를 따라가는 걸음이 급하다
조막만한 텃밭으로 가는 육순 넘은 관절이 뒷걸음질 한다
깍지를 가득 채운 팥 콩들이 터지려고 한다
오늘 고추는 석양을 닮았다
고랑 사이를 메운 공기도 후끈하다
한 해를 햇살과 싸워 이긴다는 것은 눈물겹다
일은 태산인데 바빠진 하루가 해바라기 무릎에 걸렸다
이모작 마늘처럼 몸이 자꾸 갈라진다
상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