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골찬 마음 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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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골찬 마음 갈피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12.10 16:03
  • 호수 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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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 화
본지 칼럼니스트
남해군상공협의회 사무국장

15년 전 고시원 쪽방생활은 외롭고 적적했다. 쓸쓸함을 견디며 다짐했던 각오는 도리를 깨쳐 앎을 찾는 것이었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들은 더 밝게 빛날 것이라 믿으며 심정에 꽂았던 비수는 지금 해야 할 일이나 앞으로 겪을 일에 대한 마음 준비였다.

세상과 나를 잇는 동아줄을 굵고 튼튼하게 꼬았다. 무엇이 될 것인지 스스로 정하는 마음이 중요하고, 마음먹은 것을 실천하는 지식과 경험이 지극해야 하겠다고 기꺼이 다짐했다. 이를 위한 명확한 인식과 이해는 옹골찬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야 한다고 맹세하고 맹세했던 지난 기억이다. 

간절했던 첫 마음을 온전히 간직했으면 좋겠는데 단단했던 마음이 스멀스멀 풀리는 요즘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을 것이라 다잡았던 심중은 지금 와서 돌아보니 느슨하고 희미해졌다. 벅찬 일을 견디어 낼 만큼 굳세고 야무지려면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봐야 하는데 나의 시선으로만 남을 보려고 했던 것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여태껏 일구어 놓은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귀하게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게 실수였다.

지금껏 대상이 된 인간관계에 대하여 빠뜨린 예의는 없는지 귀 기울여 다시 한 번 겸손히 챙기는 마음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분수에 넘치게 더 나은 것을 누리고자 하는 지나친 욕심이어서 부끄러운 마음이다. 현상을 내 방식으로 잘못 읽거나 갈피를 놓쳐 틀리게 읽으면 처음 다짐한 초심은 천천히 무디어져 가는데도 말이다.

초심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에서 유지되는 것이다. 처음 먹었던 마음이 흔들리거나 변하는 것은 겸손을 잊었다는 것이다. 선거 결과도 그 예를 증명한 적이 많았다.

사람은 권력을 가질수록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애덤 갈린 스키 교수가 `심리과학학술지`에 밝힌 내용이다.

사람의 책임은 도리와 의무로 만들어진 것이고 그것은 신분에 맞는 책무, 즉 직분이다. 권력에 취해 본분에 소홀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권한과 의무의 경계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한 것이어서 자신을 궁핍하게 만든 것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 모자람 없이 항상 넉넉하여 만족할 수는 없다. 여러 가지 뒤얽힌 복잡한 사정도 생기기 마련이다. 모질고 어려운 시련의 우여곡절도 남 탓이 아니라 내가 초래한 것이 대부분이라 생각하면 소통의 환풍구가 보인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근원적인 초심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 가장 크고 바람직한 스승은 자기 자신이란 것을 결코 잊어서도 안 된다.

`처음처럼`은 설렘과 두려움이다. 삶의 흔적을 끊임없이 반성하고 살펴보겠다는 다짐이다. 처음의 마음을 잃으면 처지나 환경이 어렵게 된다. 이제라도 초심을 잊지 않는 법에 소홀하지 말아야겠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버리기도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경우는 초심을 지킨 경우이고, 자리가 사람을 버리는 경우는 초심을 잃은 경우이다.

풍요의 낙엽이 지고 가을은 저물었다. 차 한 잔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 찻잔의 향기보다 사람 향기가 더 그득한 사람, 살아가는 계기를 공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시 가난해져야 한다.

쪼들린 마음으로 영원히 귀한 것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결심이 서야 한다.  초목의 뿌리가 다시 흔들리지 않는 초록의 생명으로 삶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이 만들어 나온 역사의 무게는 수많은 처음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 앞에 숙연해야 한다.

겨울 해가 아랑곳하는 동안 아직 시간은 있다. 곤란하고 빈약했지만, 15년 전 고시원 쪽방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처음 먹은 옹골찬 마음의 갈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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