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바다에서 미술의 섬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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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바다에서 미술의 섬을 꿈꾸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12.17 16:29
  • 호수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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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미술협회 남해지부를 찾아서

남해에서는 드물게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 가운데 하나인 삼동면 봉화마을. 동쪽을 바라보면 원예예술촌이 산기슭을 따라 흘러내리고, 그 너머엔 독일마을이 있다. 북녘에는 지족이 있을 터이고, 남쪽 하늘 아래에는 금산이 아슴푸레하다. 그리고 동쪽 산간도로 끝머리에는 읍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처음 남해에 내려왔을 때 물건마을에서 석 달 남짓 여장을 푼 적이 있었다. 그래서 가끔 재 넘어 지나가던 이곳. 오랜만에 찾은 봉화마을은 큰 변화가 없어 보였지만, 그때는 보지 못했던 커피 전문 카페가 반가운 손님처럼 문을 열어 놓았다. 이름하여 `Coffee Artist`. 이곳에 가면 맛좋은 커피와 함께 산과 바다가 좋아 화구(畵具)를 싸들고 내려와 사는 멋스런 부부를 만날 수 있다.

 

조각가 이승모(사진 왼쪽) 선생과 유화를 그리는 하미경(사진 오른쪽) 선생, 부부 예술인이다.

조각이 전공인 이승모 선생과 유화를 그리면서 예쁜 동화도 쓰는 하미경 님은 나와 비슷한 시기에 남해에 터를 잡았다. 6년이 지나서야 첫 대면이 이뤄진 것이 신기하면서도, 결국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나게 된다는 이치가 떠올랐다.

카페 앞마당에는 이승모 선생의 조각 작품들이 들꽃처럼 여기저기 피어나 있었고, 아담하지만 알뜰하게 꾸며진 실내에는 하미경 님의 화실과 커피를 즐기기에 그만인 탁자들이 주인을 기다리는 풍경이 펼쳐진다.

내가 두 분을 찾은 것은 만남의 설렘도 있었지만, 올해 비로소 정식으로 첫 발자국을 내디딘 미술협회 남해지부의 숨겨진 사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남해군미술협회는 2년 전인 2016년에 결성되었단다. 현재 이승모 선생이 회장의 소임을 맡고 있다. 이전부터 남해 곳곳에 살던 화공(畵工)들이 하나둘 모여 커피를 벗 삼아 죽림(竹林)의 화담(畵談)을 나누었는데, 기왕이면 모임을 보듬어 줄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자연스레 모임으로 귀착되었단다. 그리고 땀 흘려 일군 작품들을 모아 그해 여름 어귀에 `남해군미술협회 창립전`이 열렸다. 얼마 전 11월에는 세 번째 정기전이 유배문학관에서 성황을 이루었고, 회원 수도 부쩍 늘어 48분의 사공들이 함께 미술의 배를 젓고 있단다.

미술협회 남해지부는 다양한 장르의 예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동양화가와 서양화가, 조각가, 공예가, 서예가 등 동서를 가로지르는 풍성한 예술의 모꼬지가 이곳에는 그득하다. 창작이 워낙 개인의 작업이라 자주 모이지는 못하지만, 서로 안부를 묻고 격려하는 일은 잊지 않는단다.
남해지부는 눈에 잘 띠지 않아도 정중동(靜中動)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작년에는 남해문화체육센터 로비에서 학생들과 함께 `나도 예술가다`라는 타이틀로 퍼포먼스를 열었고, 올해에는 군청 민원실에서 `찾아가는 미술관` 행사도 가졌다.

이승모 회장은 남해 미술의 미래에 대해 의욕에 차 있으면서도 아쉬운 점도 토로했다. 모든 지역에 예총(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지부가 결성되어 있는데, 남해에는 아직 없다고 한다. 예총지부가 꾸려지면 중앙의 지원도 받을 수 있을뿐더러 타지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남해로 모여들게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군민과 군청, 그리고 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예술인마을`을 조성한다면, 하늘이 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삼아 한국 예술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의 활동은 내년 이후가 더 흥분된다. 내년 말 쯤을 예정으로 해외국제교류전을 준비 중인데, 독일과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미술인들과 접촉하고 있단다. 또 국내작가교류전도 곧 선보일 것이니 기대해 달란다. 아울러 미술 저변을 넓히는 일에도 주력할 작정이라고 전했다. 학교나 보건소, 관공서 등 곳곳을 찾아가 작은 전시회도 열고, 미술 교육에도 손길이 닿도록 모색 중이란다. 이들의 분주함을 보니 남해가 예향(禮鄕)으로 손꼽힐 날도 머지않아 보였다. 이분들과 함께 미술의 성찬(盛饌)을 맛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승모 선생(m.010-9578-2579)에게 연락 주시기 바란다. 새해를 열면서 다짐하는 도전으로 이만한 행위예술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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