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딜레마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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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딜레마의 해법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12.27 17:29
  • 호수 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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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아파트값이 미쳤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항간에 나돈다. 누구라도 다락같이 오른 집값 파동을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작년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이 이상 과열을 보이자 정부는 해당 지역을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하고 대출과 세금 규제에 나섰다. 그러나 압박정책의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고 오히려 강북으로 불길이 옮겨붙었다. 한쪽을 규제하면 다른 한쪽에서 불거지는 이른바 풍선 효과다. 이후 강남에서 재상승에 돌입한 집값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 등지로 확산되었다. 

지방의 분위기는 수도권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몇몇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 시장이 위축된 여파로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지역 간 소득 불균형의 심화는 명약관화하다. 부동산 투기 과열에 따른 부작용은 그뿐만이 아니다.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졌다.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기 위해서는 집 마련이 필수인데, 서울에서 소형아파트라도 한 채 장만하고자 하면 일이십 년 치 수입을 고스란히 쏟아부어야 한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사치라 여기는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성실하게 일하고 살뜰하게 저축해서 가족이 편히 몸을 누일 집칸을 마련하려는 것은 결코 허황된 욕심이 아니다. 

자신의 거주지에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내몰리는 경우도 있다. 이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 하며 `빈민가의 고급 주택지화`라는 뜻이다. 즉 빈곤 계층이 거주하는 낙후 지역에 중산층이 새로 전입하여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투자 여건을 조성하면 지역 부동산의 매매가나 전세가가 상승하게 된다. 문제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원주민은 변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동일 수도권 내에서도 점점 외곽으로 쫓겨난다는 이야기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투자는 지극히 정상적인 경제 행위다. 다만 맹목적인 투기로 변질되지 않도록 건전한 투자 심리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 화합을 위해서라도 도를 넘은 상대적 빈곤감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 투기는 시대를 막론하고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청산 대상 1순위다. 부의 양극화를 촉진하여 민심을 이반시키는 주범인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안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9·13 대책`을 새로 내놓았다. 보유세 부담을 확대하여 고가주택과 다주택 보유자들이 자발적으로 집을 처분토록 하려는 복안이다. 예상과 달리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같은 거래세금을 낮추는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리고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수도권에 `3기 신도시` 건설을 추진할 방침이다. 향후 널뛰듯 하는 집값이 얼마나 진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관성 없는 교육 정책이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부채질하듯, 수시로 바뀌는 부동산 정책은 투기 심리를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서민과 무주택자들을 무기력감에 빠뜨린다. 집값을 잡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 또 다시 허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모두의 욕구를 동시에 백 퍼센트 충족시키는 제도나 정책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행복은 아파트 평수나 집값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소신만 있다면 집값 등락에 일희일비할 까닭이 없다. 비싼 집을 소유하고 든든할 수도 있지만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하면 부유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없다. 게다가 `공룡 도시`의 씁쓸한 자화상에 염증을 느낀다면 상대적 박탈감이 덜한 시골살이도 진지하게 고민해 봄직하다. 

명색이 경제학 석사로서 사회적 갈등을 촉발하는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 경제학적 접근 방법이 아닌 감성적 해법을 제안하는 심정이 편치만은 않다. 그럼에도 부동산 투기를 포함한 배금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현명한 처세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땅 부자나 집 부자보다 한 수 위인 마음 부자가 되는 것은 누구든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확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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