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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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1.3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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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1980년대,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의 일이다. 부산에서 보석가공을 배우고 있던 막내 외삼촌이 학원장이 부탁했다며 고향집에서 유자를 한 접 가져왔는데 처음 보고 향과 생김새에 많이 놀랐는데 가격을 듣고는 더 크게 놀랬다. 당시 유자 한 접은 12만원이었으며, 개당 1200원이었다. 그 시절 공무원 월급이 30만원 정도였고 최고급 담배인 솔이 한 갑에 500원, 짜장면 한 그릇이 400백원하던 시절이니 가히 충격적인 가격이었다. 

얼마 후 이동 고모마을 외가 앞마당에서 유자나무 두 그루를 처음 보았는데 외할머니께서 대학 나무라 말씀하셨다. 한 두 그루만 있어도 자식들 대학등록금이 나온다며 소중히 하셨고 음식물 찌꺼기와 패각 등을 비료로 주시며 애지중지했다. 

얼마 후 남해 전 지역에 유자나무 심는 붐이 일었다. 산을 개간하고 집 주변 대밭을 갈아엎었고 수많은 밭에도 유자나무를 심었다. 유자가 큰 소득 작물이 되자 온 남해는 유자나무가 넘쳐나기 시작했고 거제와 고성 고흥 등 주변 시군에서도 유자를 경쟁하듯 과도하게 심기 시작하였다. 몇 년 후 유자는 넘쳐나기 시작했고 가격이 급락하더니 인건비만큼의 소득도 생기지 않아 묵히는 밭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후 심혈을 기울여 심은 유자나무를 베어버리거나 고사시키는 일들이 생겨났다. 남해에서 유자농사로 큰 소득을 올린다고 벤치마킹을 하였던 거제, 고흥, 고성등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최근 시금치로 남해군이 다시 한 번 히트하자 삼천포와 주변 시군에서 또 과잉생산해 올해는 시금치 값마저 떨어져 농민들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처럼 농사를 짓는 일에도 특정작물의 소득이 높다고 해 너도 나도 필요이상 짓다보면 스스로 제 살을 깎아먹는 상황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관광산업에서도 되풀이 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통영, 삼천포, 여수 등에서 앞 다투어 케이블카를 설치했다. 지금은 소득이 나고 단체장들의 업적인 듯 홍보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곧 우리의 유자나무처럼 생각되는 것은 혼자만의 기우일까? 관광 남해가 앞으로의 갈길이라면 다른 지역의 성공 사례를 모방할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고유한 장기를 찾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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