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選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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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選擇)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3.08 11:22
  • 호수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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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 화
상공협의회 사무국장
본지 칼럼니스트

삶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이다. 몸은 하나인데 길은 나뉘어 있어 생애 한 번은 그 길에 마주쳐 선다. 수많은 갈림길에서 무엇인가를 고른다는 것은 개인적인 의지 바깥에 놓여있는 것이 많아서 극복해야 할 난관은 있기 마련이다.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이 누르기 어려운 감정으로 잘 못 결정된다면 어려운 고비를 맞거나 운명이 바뀌는 때도 있다. 선택이란 하나를 택하는 것이지만 나머지를 버려야 하는 참으로 어려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중략)

훗날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피천득 선생님이 번역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의 일부이다.

이 글을 가슴 안으로 내려 보내는 군데군데마다 마음을 휘감는다. 그들이 지나온 길이 매번 옳은 길일 수도 전부 어긋난 길일 수도 없다. 하지만 남들이 지나왔던 길을 항상 따라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남이 가지 않은 길, 가보지 못한 길도 필요하다면 기꺼이 가야 한다.

"인생은 B와 D사이의 C이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샤르트르가 남긴 말이다. 여기서 B는 Birth(탄생)를, D는 Death(죽음)를, C는 Choice(선택)를 각각 의미한다. 인생은 숱한 선택의 연속이고 우리는 살면서 늘 선택의 순간을 마주한다. 선택에 따라 삶이 변화되고 방향이 결정되기에 이 문제는 항상 난해하다. 인간의 숙명과도 같아서 고뇌와 한계가 생겨나기 마련이지만 선택을 하는 데 무한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선택 대안들에 대한 모든 중요한 정보들을 완전하게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여러 사람의 의사결정이 합리적이라도 사회 전체로는 비합리적일 수 있고 어떠한 의사결정은 개인의 이익을 증진할지는 모르나 사회 전체적으로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 포기한 것의 기회비용과 실제 지불한 값의 매몰 비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점점 지쳐가는 모습을 발견한 적도 있었다. 필자의 얘기다. 어둡고 답답한 시절의 기억이다.

이유를 찾아보니 선택하려는 그 하나만을 볼 것이 아니라, 선택에서 제외되는 나머지를 깊숙이 살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때 더 많은 것을 배우면서 다짐한 것이 있었다. 선택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이다. 선택은 상실과 아픔이라서 내 의지와는 별도의 희생을 강요당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것에 따라 끊임없는 가능성을 만들어간다.

삶은 내가 선택해서 의미를 부여하기 전에는 뚜렷한 쓸모나 가치가 미약하다. 모두를 사랑할 수 없듯이 모두로부터 사랑받을 수 없다. 인생의 고뇌와 인간적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를 거치면서 비틀리고 황폐한 자신의 내면도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걸림돌이 될 것인지 디딤돌이 될 것인지 미래의 대안과 가능성을 모두 계산하는 건 인간 지성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다. 언제나 답은 내 안에 있다.

아직 당도하지 않아 엔딩이 보이지 않지만 가야 할 길의 끝자락은 충분히 유용하고 값어치 있는 곳이다. 걸어온 길보다 걷지 않았던 길에 대한 미련은 없어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사랑하기에 충분하다. 지금도 내 인생의 계절은 숲 속 어디쯤을 걷고 있다.

인생은 길 없는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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