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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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졸업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3.15 09:39
  • 호수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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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칼럼|이현숙
이 현 숙
칼럼니스트

 각고의 노력 끝에 고교 혹은 대학 졸업장을 거머쥔 청년들은 이제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의 일원으로 새 출발선에 서게 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과거 서당에서는 글공부하는 학동이 책을 한 권 떼면 ‘책거리’를 열어 축하해 주었다. 반면 근간의 졸업 풍속도를 보면 희망과 환희의 모습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바닥을 헤매는 청년취업률, ‘3포 5포’가 만연한 시대적 상황이 청춘 특유의 패기와 의욕을 앗아간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일자리 창출 능력에 실망한 채 이대로 삶의 희망을 저버려야 할까.
 오늘날의 청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대에 태어났다. 또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펙 하나라도 더 쌓으려고 분발한 덕분에 다양한 재주를 갖추었다. 그럼에도 마음 속 행복 통장의 잔고는 왠지 빈약한 듯하다. 이전 세대의 청년들에 비해 많은 혜택을 누리고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등바등’ ‘안달복달’ 하지 않고 비교적 무난한 삶을 꾸려 나온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이 물음에 답할 책임을 느낀다.
 일단 인간사라 하여 인간의 의지대로 전개되리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스스로 원해서 세상에 나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부모나 환경을 골라 태어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며 세상과 부모를 원망하는 것은 부질없다. 삶이 고달프다 해서 자포자기한 채 하루하루를 탕진해서도 안 된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 걱정하고 근심할 시간에 사소한 것 하나라도 실천하는 편이 낫다.
 평탄하기만 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애물 앞에서 마냥 주저하고 좌절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평온한 바다는 유능한 뱃사람을 만들 수 없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불은 금을 단련시키고 역경은 사람을 단련시킨다. 그러니 ‘이이제이(以夷制夷)’ 즉 오랑캐로 오랑캐를 치듯, 어려움으로 어려움을 이겨 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불리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되 그 안에서 적절한 대처법을 모색하여 역전의 기회로 승화시키는 강인함과 끈기야말로 청년정신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처받고 또 상처받을지언정 자신의 삶을 끝까지 사랑하는 일이다.
 인간사 새옹지마다. 성공이 늘 좋은 것만도 실패가 늘 나쁜 것만도 아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그러므로 타인의 삶과 비교할 이유가 없다. 누군가 이미 걸어간 길만을 뒤따라야 한다는 법칙도 없으니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새로 개척해 보는 것도 멋진 일이다. 느리게 호흡하는 동물이 장수한다. 자신의 인생길을 자신만의 속도로 천천히 가는 것은 어떨까. 때로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겠지만 앞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목표 지점에 다다르리라 믿는다.
 다만 욕망의 굴레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는 한 마음의 평화는 얻지 못한다. 바라던 것을 전부 얻는다한들 그 행복이 영원할까. 성공·출세 같은 입신양명의 욕망을 부추길 법한 단어를 자신 또는 타인에게 주문처럼 되뇌지 않으면 좋겠다. 에너지가 고갈된 줄 모르고 전력질주하다 성공의 달콤함을 맛보기도 전에 쓰러질지도 모른다.
 청춘 시기에는 누구라도 심리적 혼란을 겪는다. 그게 청춘의 특질이다.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아직은 미완의 그릇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하나둘씩 욕심을 내려놓음으로써 점차 안정이 찾아온다. 불안정한 청춘을 원하는가 아니면 안정된 노년을 원하는가.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사회 초년병들의 어깨 위에 한줌 따스한 봄 햇살이 비추이기를, 그들이 머무는 곳 어디에서나 빛나는 존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꼭 휘황찬란하지 않으면 어떠랴. 첨언하건대, 필자의 소박한 인생 노하우라 하면 삶의 목표를 성공’이 아닌 ‘성숙’에 둔 데 있다. 그래서인지 외부적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내 안의 행복을 도난당하는 일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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