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친화도시 남해 원한다면 기본소득보장 시도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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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친화도시 남해 원한다면 기본소득보장 시도해보길“
  • 김수연
  • 승인 2019.04.11 17:09
  • 호수 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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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2050 이원재 대표, 군 공무원 대상 특강<하>

 남해군은 `청년친화도시 남해`를 목표로 지난달 29일 종합사회복지관 다목적실에서 13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경제평론가이자 다음세대정책실험실 LAB2050 이원재 대표의 초청 특강을 개최했다.

 지난 호에 이어 이원재 대표의 특강 내용을 소개한다. 지난 호에서는 우리 사회 중간계층 일자리가 사라지고 청년세대는 삶의 안정을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인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이번 호에서는 정부의 청년 일자리정책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의 정책수립 방향에 관한 강연 내용을 다룬다.

 

일자리정책과 고용장려금 효과는 한시적이다

 현재 정부는 청년 일자리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2019년 일자리 예산안 총액은 23조5000억원이다. 직접일자리, 고용장려금 지원, 실직자 임금보전이 큰 덩어리를 차지한다. 그런데 창의적이지 않고 결혼하고 싶지 않고 공무원 되고 싶은 청년들이 이 정책을 보고 생각을 바꿀까? 쉽지 않을 것이다. 직접 일자리는 한시적이고 인턴 등 불완전 고용이 많고 기업에 주는 고용장려금은 청년들이 기업을 나가려고 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다. 그래서 쉽지는 않지만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신자유주의체제가 1997년 이후 형성됐다. IMF구제금융 이후 노동자 정리해고, 기업구조조정이 이 시기에 있었다. 한국의 신자유주의는 영국이나 미국과 달리 경제우선주의와 고용중심주의와 가부장주의가 같이 작동한다. 신자유주의국가인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경제우선주의인 것 같지만 국가가 주도하지는 않는다. 경제는 기업이 하고 국가는 보조하는 정도다. 우리는 국가가 여전히 경제성장률을 관리하면서 고용중심주의가 살아있다. 신자유국가에서는 고용유연성을 갖는 게 보통인데 우리는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어서 먹고살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살아있어 일자리 정책이 강조된다.

 거기에 가부장주의와 위계주의가 작동하고 능력주의와 성과주의가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뿐 아니라 많은 사회에서 신자유주의경제의 유입을 겪었다. 여기에 갈등과 문제가 생기면서 그 대안을 모색했다.

 그중 가장 앞서 있는 나라가 핀란드다. 핀란드는 실업부조와 같은 기존 복지제도와 다른 시도를 했다. 기본소득실험이다. 실업부조를 받은 사람과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의 1년 후 결과를 보니 취업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행복도는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이 훨씬 높았다. 제도적으로는 비슷한데 사람이 겪는 모멸감, 짜증 등은 줄여주고 자존감을 높여준 것이다.

 

청년기본소득으로 창의성과 자유를

 청년에게 안정성을 주자. 뭘 하라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춰주자는 것이다. 청년이 힘들면 부모도 힘들다. 청년의 안정성은 중고령층의 안정성도 높여준다. 청년층에 대한 안전망 제공은 사적이전소득(부양자나 후원자로부터 정기적으로 지원받는 금품)의 대체효과가 발생하고,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해 중장년층의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청년은 미래세대가 아니라 현재세대이며, 청년친화도시는 장년친화도시, 노년친화도시다. 자유안정성 모델이 한국사회의 대안이다. 청년의 안정성 추구를 인정해야 한다. 속박당하지 않고 원하는 걸 창의적으로 하고 싶은 게 자유다. 이 자유를 원치 않아서 공무원이 되려는 게 아니다. 조사에서 보면 안정감을 원한다. 안정감이 주어진다면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시작은 이런 남해군 같은 곳에서 실험해볼 수 있다. 안정감을 주고 어떻게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지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기본소득보장이다. 그 기간이 평생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일정 기간 소득을 보장해주고 그 기간에 생기는 삶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 결과를 다음 제도를 설계할 때 반영한다. 소득을 보장하면 뭐가 생길까. 소득이 안정되면 안정을 기반으로 자유롭고 혁신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일수록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청년에게 안정을 줌으로써 자유를 획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친화도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삶의 안정성은 테크놀로지가 어떻든 내가 무슨 노동을 하든 필요하다. 거제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처럼 남해에 귀촌해서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도 삶의 안정성은 필요하다. 국가가 이러한 삶의 안정성을 보장해줘야만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계속 생긴다. 세계 곳곳에서 이렇게 기본소득실험을 하고 있다.

 작년에 랩2050연구팀이 유럽의 여러 도시를 방문했다. 그중 스웨덴의 말뫼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말뫼는 제조업 공장이 없어져 황폐해진 인구 20만의 소도시다. 말뫼의 마지막 크레인이 울산으로 1달러에 팔려 왔고, 그 모습을 보고 말뫼인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말뫼의 눈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지금 말뫼는 재생에너지, 게임 산업 등 첨단산업 일자리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미디어혁명도시이자 창업단지다.

 당시 시장에게 어떻게 이런 변화를 이뤘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한 게 아니다. 1994년부터 20년을 집권했는데 2018년에 무슨 산업이 유망할지 내가 알 수 없다. 그걸 아는 사람은 청년들이다. 그래서 청년들이 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무엇보다 주거 해결이 중요한데 주거 해결이 안 되면 호텔을 잡아주었다"고 대답했다. 말뫼가 스웨덴 남쪽인데 바다 건너 덴마크 코펜하겐과의 사이에 다리를 놓았더니 덴마크 사람들이 말뫼로 많이 왔다고도 했다.

 남해에서 어떤 형태로든 청년정책에서 새로운 시도와 혁신이 뿌리를 내리게 된다면 그건 대한민국에 변화를 가져올 전기(轉機)가 될 것이다.    

                                                                              김수연 기자 nh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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