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국의 시대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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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 한중봉 기자
  • 승인 2019.04.14 21:46
  • 호수 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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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 쓰고 희생이라 읽는다

IMF 시절, 가난을 이겨보려 하루 한 두 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1톤 탑차 운전을 하며 살았다. 매일 엄청난 졸음과 싸우며 억지 운행을 했더니 운전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었고 이를 극복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삶의 안정을 찾은 후에야 운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라디오가 귀에 들어왔고 온전히 음악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운전 중에는 라디오를 즐겨 듣는데 잊혀가던 추억의 곡이 문득 찾아오거나 누군가의 따뜻한 사연과 웃음이 묻어나는 글들은 무료한 시간을 한결 즐겁게 하고 딱딱해져 가는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 듯한 느낌이 들어 언젠가부터 운전을 더욱 편안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어느 날 진행자가 사연을 읽어 주는데 어느 주부의 이야기였다. 유치원 교사인 그녀는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며 사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결혼 후 그녀는 난임 판정을 받아 과학의 힘으로 어렵게 아이를 낳아 직장을 휴직하고 성심으로 키웠다.
큰 애를 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4년 후 인공수정으로 둘째를 낳아 키웠다. 그녀는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고 꿈을 이룬 듯했다. 본시 둘만 낳아 잘 키우리라 꿈꿔왔는데 둘째가 세 살이 되는 해에 거짓말처럼 자연임신으로 셋째를 가졌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어도 그녀는 육아가 꿈이었기에 직장도 휴직하며 자식에게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육아에 지친 그녀의 사연이 갑자기 하소연으로 바뀌어 갔다. 자식을 위해 본인의 삶을 희생했고 그로 인해 본인이 하고픈 일도 포기하고 나니 신랑도 밉고 삶이 무료하고 허무하게 느껴져 간다는 것이다.
희망적인 사연이 하소연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들으며 의문이 들었다. 분명 스스로 선택한 꿈을 이루려 직장과 개인 일을 뒤로 미루었고 누가 봐도 훌륭히 꿈을 이룬 것으로 보였지만 변수가 생김으로 생각보다 어려워지자 누군가를 원망하듯 바뀌어 가는 것을 들으며 대부분 우리들의 삶의 자세가 그녀와 다를 바 없다 느껴졌다. 우리는 ‘누가 말리면 알아 한다 말하며 고집을 부리고, 일이 잘못되면 안 말렸다고 원망하는’ 사고습관을 가진 것은 아닐까.
우리 모두 매사에 깊이 생각하고 선택한 일 또한 책임지는, 스스로에 대한 긍지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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