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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과 선물김충국의 시대공감
남해타임즈 | 승인2019.04.18 19:27|(643호)

매장을 열어 정말 열심히 일하고 또 일했다. 몇 년 후 어머니와 두 동생이 남해로 귀향해 함께 힘을 모으자 어느 정도 가정의 안정도 가질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일해야 하는 매장 일에 지칠 만도 했지만 다 모인 가족은 항상 서로가 든든한 뒷배였다. 

큰 동생은 상무 직함을, 막내는 점장을 맡아 열심히 노력했다. 힘든 업무 중 교대로 먹는 식사시간은 유일한 휴식이었다. 채소나 과일을 다듬고 포장하는 작업대에서 식사를 하는데 알림판으로 걸려있는 칠판에 작업용어가 아닌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 싶어 자세히 읽어보니 1만원 안팎의 사무용품들과 장갑 목도리, 팬티 등 다양한 종류의 생필품 목록이 20여 가지 적혀있고 일부는 동그라미 친 후 직원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의아해 이게 뭐냐 물으니 상무님 생일이 다가오는데 상무가 받고 싶은 선물을 적어두고 사줄 사람에게 동그라미 치고 이름을 적어두라고 했다는 것이다. 황당하기도 하고 웃음도 나는지라 상무를 불러 "선물을 강요한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가 웃으며 "제가 사장 동생이며 직책이 상무인데 직원들이 생일을 챙기려 해서 오히려 부담을 줄이고 불편함을 없애려고 꾀를 내 적었다"고 설명한다. 

선물은 1만원 안팎의 사무용품부터 최고 비싼 것도 2~3만원을 넘지 않으니 선물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부담은 없을 것이고, 받고픈 것을 적어두니 본인에게 유용하다 한다. 빨리 선택해 동그라미 치고 이름을 적을 수 있으니 그나마 더 싼 것을 사주어 절약할 수 있고 고르는 재미도 있고 받는 본인은 받는 선물이 중복되지 않으니 더 좋다 했다. 듣고 보니 주변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기발한 생각에 유쾌함까지 느껴져 크게 웃고는 동그라미를 그리고 이름을 적었다. 

남해시대신문 13주년을 맞아 특집호를 만드는 이 순간 그날이 떠오르는 건 `칠판에 받고 싶은 선물을 적을 수 있는 자격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하는 걱정  때문이다. 취임 전 고민했던 언론의 역할은 타인과 사회를 걱정하고 논할 자격을 갖추는 것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숙제이다.

나와 타인의 양심적 경계가 같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행동을 바로 잡아나가며 올바른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해 남해시대 가족이 먼저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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