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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인간띠 잇기`가 남긴 질문들
정보름 | 승인2019.05.10 15:40|(646호)
정 보 름
마음공작연구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말을 자연스럽게 나누며 음악 교과서에 통일 노래가 실려 있고 `남과 북은 하나`, `분단의 아픔`이란 주제가 낯설지 않은 분위기에서 자란 필자가 40대 문턱을 넘기 한참 전부터 `통일`은 나라 안팎의 답답한 경제적 상황과 맞물리며 `반갑지 않은 말`이 됐다. 시민이 스스로 무너뜨린 베를린 장벽, 통일 독일의 선례 또한 한반도의 지역·사회·경제적 상황과 다르다는 회의론에 떠밀려 힘을 받지 못하는 사이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자리 잡았다.
비선실세의 꼭두각시였던 사람이 `통일은 대박`이라 발언하면서 한때 통일 관련 주제가 때 아닌 유행을 타기도 했지만 그때의 `통일`은 얄팍한 셈속의 속 빈 강정이었고 통일 관련 움직임이나 정책도 지지부진, 개성공단마저 폐쇄되며 남북 분위기는 경직되기만 했다.
미국과 대한민국의 정권이 차례로 바뀌고 남북 대화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면서 `통일`이라는 말의 기대와 바람이 한층 부드러워졌음에도 나라 밖 간섭이 워낙 심한 탓에 남과 북은 좀처럼 주체적 모양새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조차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다.
지난달 27일, 2018 판문점 선언을 기념하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민간 주도 행사가 열렸다. 강화에서 고성까지 500㎞의 평화누리길을 사람의 손으로 직접 잇는 `DMZ 민(民)+평화 손잡기-꽃피는 봄날, DMZ로 소풍가자` 행사가 그것이다. 남해에서도 30여 명의 참가자가 김포 평화누리길 구간에 합류하기 위해 모여 6시간 넘게 고속도로를 달려 김포 참가자들과 만나 손을 잡았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총 20만 명이 참가했으며 강화, 김포, 고양,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평화누리길 10대 거점에서 손을 맞잡고 평화통일과 세계 평화를 염원했다. 500㎞의 총 구간을 잇기 위해 목표한 50만 명은 채우지 못했지만 국내외 각 지역의 목소리들이 하나의 생각을 외친 의미 있는 하루였다.
기존 통일 단체나 관이 아닌 민간 주도의 자발적 행사였기 때문에 전체 행사가 체계적이라는 인상은 부족했다. 군데군데 어설픈 진행이나 참가자들끼리의 합이 맞지 않아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필자가 포함된 남해지역운동본부의 준비도 미진한 부분이 있어 참가자들에게 송구한 마음이 컸다. 그러나 이날의 가장 큰 아쉬움은 다른 곳에 있었다.
통일부·서울시·경기도는 이날 저녁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먼 길`,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을 주제로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는 `평화 퍼포먼스`를 열었고,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도보다리, 평화의 집 등 4·27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행사가 이뤄졌던 판문점 현장 6곳에서 한·미·중·일 클래식 연주자와 대중음악인들이 공연을 펼쳤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불참을 이유로 마지막까지 고심하던 청와대에서는 결국 문 대통령의 참석을 취소한 것이다.
`반쪽 행사`라는 뉴스가 보도됐다. 4·27 판문점 선언을 기념하고 응원하기 위해 자발적 마음을 모은 20만 명의 하나된 바람들, 민간 주도의 결코 작지 않은 한 행사가 국가 차원 행사의 병풍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는 `반쪽`이란 표현이 과연 맞는 말인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을 위해 여야를 막론한 지원은 제때 시도한 것인지, 대통령의 판문점 공식 행사 불참 결정은 또 적절했는지, 남해로 돌아오는 내내 아쉬웠다. 시민 20만 명보다 단 2명을 모으기가 더 어려웠던 셈이다.
1989년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 3국이 처음으로 시도한 인간띠 잇기 운동이 결국 발트 3국의 독립을 이뤄낸 것에 비하면 비록 작은 성과겠지만, 이번 `DMZ 평화 인간띠 잇기`를 통해 굳은 의지로 모인 시민들은, 서로 깎아내리고 책임을 미루기 바쁜 정치판이 뒷걸음질과 삽질을 시전하는 동안 한반도의 평화적 미래에 다가가기 위한 발걸음을 몸소 내디뎠다.
국민의 힘을 위임받아 대신 군림하는 이들은 언제나 국민이 한 발 빠르다는 점을 잊지 말고 본받아 정신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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