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서성이는 우리 민속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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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서성이는 우리 민속예술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5.17 14:58
  • 호수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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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욱 작가의 2019년 경남문화예술축제 참가기

나는 지난겨울부터 늦깎이로 남해화전매구보존회(회장 이긍기)와 고현집들이굿놀음보존회(회장 김정준) 단원이 됐다. 상모조차 처음 돌리는 나로서는 한눈에 봐도 그 솜씨를 익히는 게 만만찮아 보였다. 여러분들의 지도를 받아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과정이 내게는 우리 문화의 바탕과 저력, 그리고 잘 지켜나가야 할 까닭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
우리 두 보존회는 지난 한 달 어간에 두 건의 큰 행사를 치렀다. 4월 15일에는 집들이굿놀음이 경남 무형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한 현장 심사가 있었다. 이순신순국공원에서 진행된 심사는 많은 군민들의 호응과 응원 속에 성공리에 끝났다. 다들 바쁜 가운데서도 50여 명에 이르는 단원 분들이 연습에 참여해 숨 가쁜 일정을 잘 마무리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었고, 요청한 보강 자료도 단원 분들의 도움을 받아 잘 마무리해 넘겼다. 이제 심사위원들의 지혜로운 결정만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5월 9일에는 화전매구보존회가 경남 의령군에서 열린 제40회 경남 민속예술축제에 참여했다. 경남의 18개 시군을 대표하는 민속예술 단체가 전통성과 기량을 겨루는 축제였는데(3개 시군이 빠져 15개 단체가 참여), 우리 보존회가 남해군을 대표해 출전한 것이다.
보존회 단원들 대다수는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다. 이 한 달 동안 남해는 특산물인 땅두릅과 마늘종이 한창 출하되는 시기였다. 제철을 놓치면 제 값을 못 받는 농산물이라 밤낮 없이 들과 밭에 나가 구슬땀을 흘려야 하는 여건에서 축제 참여에 필요한 시간까지 여투어 내야 했으니, 단원 분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었다.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들이 동분서주하며 격려와 독려를 쉬지 않았지만, 일손이 딸리는 와중이라 충분한 연습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은 모두의 아쉬움이었다.

우리 단원들의 연령은 50대에서 70대까지로, 연세가 많은 편이다. 아무리 오랫동안 매구를 익혀 관록은 남 못지않고 애정과 열의도 하늘이 낮게 보일 정도라지만, 상당한 체력과 긴장을 요하는 연희 과정은 쉽게 소화하기 벅찬 노고였다.
드디어 당일 새벽, 우리는 버스와 트럭에 기물을 나눠 싣고 장도에 올랐다. 날씨는 쾌청했고, 의욕은 뜨거웠다. 의령군에 마련된 어울림의 마당은 축제에 어울리는 열기로 달아올랐다.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 보존회는 입상권에 들지 못했다. 모두들 최선을 다했지만, 축제의 운동장은 그간 실내에서만 연습한 우리들에게는 너무 넓었다. 게다가 아침에 개회식에 참여했는데, 공연은 오후 3시 30분이었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고, 공연 준비로 힘은 소진되었다. 뙤약볕은 또 다른 적이 되고 말았다. 이런저런 불운이 겹쳐 우리들은 연습 때 기량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지만, 실질적인 한계를 정신력으로 덮기는 무리였다.
다른 시군에서 나온 단체들은 여러 모로 우리보다 나았다. 다들 준비를 많이 한 흔적이 완연했다. 저마다 제 고장의 자랑거리를 알리겠다는 의욕도 우리 못지않았다. 다만 고개를 갸우뚱할 일도 있었다. 몇몇 단체는 평균 연령이 스물 살도 되지 않게 보일 정도의 젊은이들로 채워져 있었다. 공연이 끝나자 그들은 서울(?) 갈 차비로 분주했다. 이래서야 될까 싶었다.
다음 날 나온 결과에 실망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그러나 실망은 잠시, 우리 단원들의 가슴은 새로운 의욕과 분투를 다짐하는 희망으로 끓어올랐다. 노동의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민속예술이다. 생업에 땀 흘리다가 틈을 내어 연습에 몰입해준 우리 단원 분들 모두가 더없이 자랑스럽다. 진정한 민속의 얼을 찾는다면 나는 이분들의 웃는 얼굴을 보라고 당당하게 말할 것이다.
끝으로 물심양면에서 도움을 준 장충남 군수님과 문화청소년과 정춘엽 과장님을 비롯한 군청 관계자 분들께도 보존회 단원을 대표해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자신의 일처럼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하나 더 욕심을 낸다면 다음 41회 축제는 꼭 우리 군에서 열렸으면 좋겠다. 어느 군보다 문화유산이 빛나는 우리 남해에서 축제의 깃발이 펄럭일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단원 여러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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