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에너지, 생산활동의 자립은 주거 자립으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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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에너지, 생산활동의 자립은 주거 자립으로 시작"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5.23 19:13
  • 호수 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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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부기프로젝트 중반기 맞아 순조롭게 진행중
코부기 4호 완성되면 청년, 학생, 마을주민 한데 어우러진 집들이 할 것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 왼쪽부터 김한욱, 오린지, 양애진, 정다현, 유지황 씨.

코부기 4호 현재 40프로 진행

코부기매뉴얼 워크숍 시즌 3 `해변의 코부기, 남해에서 집지으며 한 달 살기` 프로젝트(이하 코부기프로젝트)가 4월말에 시작돼 남해 상주 해변가 공터에서 한창 진행중이다. 코부기프로젝트는 `땅이나  주거지 등 기반 없는 청년농부를 위한 농업 인프라를 만드는` 청년기업 팜프라(대표 유지황)의 이동식주택 만들기 프로젝트다. 코부기(COBUGI)는 협동(corporation)의 `CO`와 거북이의 영자표기 `BUGI`를 합성한 말로 "청년들이 빌린 땅에서 나가거나 이주할 경우 집을 들고 다닐 수 있게 함께(CO) 이동식 목조주택을 짓는다는 의미"를 가졌다. 상주중학교 재단이 제공한 공터에서 자기 집을 짓고 싶은 청년들이 모여 만들고 있는 코부기 4호는 현재 40% 정도 공정이 진행됐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유지황(33·진주) 대표와 양애진(27·서울) 팀장을 비롯해 참가자 오린지(29·수원), 김한욱(19·충남 금산) 씨와 잠시 방문한 지인 한 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1개월 프로젝트다 보니 신청자들이 그 시간을 통째로 내기 어려워 단기간 머물다 가거나 짬짬이 방문해 작업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현재는 이 네 명이 주로 작업하고 있다. 

"아침 7시 30분 상주중 급식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9시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저녁 7시까지 일을 합니다. 그리고 밤엔 회의죠. 요즘은 목표대로 집을 완성하려고 하루 30분도 제대로 안 쉬는 것 같아요. 그래도 마을 분들이나 상주중 학생들, 선생님들이 관심을 보이고 간식도 사다주고 조언을 해줘서 도움이 돼요. 몸은 힘들어도 정신은 맑습니다."  

에너지 자립이 궁극 목표

유지황 대표는 공사중인 코부기 4호의 내부구조를 이렇게 설명한다. "코부기 1호에 살면서 개선할 점을 충분히 반영해 지은" 코부기 4호는 거실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길이를 60센티 늘리고 단열 및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특히 신경 썼다. 

1. 기초철근 작업.

한두 명이 살기에 그만인 집 내부에는 거실 겸 침실, 욕실과 화장실, 부엌과 수납장, 다락까지 있다. 빌트인 세탁기와 수납 가능한 침대, 에어컨까지, 필수 가전과 가구만 넣을 예정이다. `죽는 공간` 없이 최대한 공간 활용을 하고 궁극적으로 에너지 자립이 목표여서 비싼 자재를 쓰더라도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답답함을 줄이기 위해 창을 많이 내서 개방감도 살렸다. 

2. 기초단열 작업

"코부기 1호에서 살아보니 난방비가 전기세, 수도세 포함해서 1년에 40만원 정도 들었어요. 이번에는 청년농부 한두 명이 기거하면서 편의성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립을 하도록 오프그리드 시스템(전기, 수도, 가스 등 공공에너지를 쓰지 않고 자체 조달하는 방식)을 도입했지요." 코부기 1호부터 4호까지 짓는 동안 에너지 효율성과 구조 면에서 계속 진화해온 셈이다. 이렇게 해서 집 짓는 데 드는 비용은 2500만원 정도라고. 

 

3. 벽체 세우기.

식량, 에너지, 생산활동 자립은 주거 자립으로부터

"결국 식량과 에너지, 스스로 집을 짓는 기술자립, 이렇게 세 가지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청년이든 시니어, 퇴직자 분들이든 기본 자립과 생산활동이 가능하도록 모델을 만들 수 있어요. 매뉴얼을 계속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교육하려고 합니다." 유 대표는 집짓기, 농사, 에너지와 관련된 것들을 교육하고 그에 필요한 집을 판매한다거나 집 짓는 데 필요한 자재들을 잘라 조립만 하도록 패키지화하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이들이 실험하는 게 한 가지 더 있다. 한두 명 사는 데 텃밭은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하고 어떤 작물을 어떤 계절에 심어야 하는지 조사해서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이다. 

4. 지붕 작업.

"주거가 처음 시작이에요. 주거로부터 삶의 터전이 결정되지요. 단순히 집만 짓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집을 짓게 한다거나 자립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할 겁니다. 자립에 대한 고민은 결국 기후, 환경 문제에서 중요합니다. 계속 소비하는 형태가 아니라 생산할 수 있는 형태를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5. 외벽 작업.

코부기 4호가 완성되면 집들이도 할 예정이다. 애초 축제 형태를 계획했으나 현실성 있는 행사로 변경했다고. "집들이는 공개적으로 할 겁니다. 함께 작업했던 분들은 물론이고 마을주민들, 관심 있는 분들은 모두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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