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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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5.31 11:23
  • 호수 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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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깊은 산중에 수많은 종류의 나무가 더불어 살았다. 많은 동물의 먹거리를 선사하는 유실수와 늘 푸르름을 자랑하는 침엽수가 서로 자기들이 더욱 유익하다 뽐내었고 아름다운 장미는 스스로 보호하려 가시를 세웠다. 키 작은 옻나무는 스치면 가려운 독을 품어 자기방어를 하고 모두 종족 번식에 밀리지 않으려 더욱 화려한 꽃과 향기를 피우며 경쟁했다.
햇빛과 물을 선점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휘게 하고 뿌리를 멀리 뻗치며 숲은 짙어만 갔다. 꽉 차버린 숲에 칡과 등나무가 큰 소나무를 감고 오르기 시작했다. 바닥을 길 땐 몰랐는데 큰 나무를 감아 높이 오르니 주변이 훤히 보이기 시작했고 풍부한 태양광을 즐기며 우쭐해져 갔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잎사귀를 휘날리며 풍광을 즐기던 중 유달리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를 보았다. 바람에 심하게 몸을 흔드는 대나무가 숲의 품위를 손상시킨다 생각한 칡넝쿨과 등나무는 타고 오른 나무와 함께 바람에 몸을 맡긴 대나무를 험담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무에 몸을 배배 꼬며 오르지 않으면 자력으로 바닥도 못 벗어나는 칡과 등나무가 햇볕을 쫓아 등이 활처럼 굽은 나무와 함께 저들은 이 정도 바람에는 휘지 않는다며 대나무의 가벼움을 비웃고 힐난했다.
말 없는 생존경쟁은 큰 문제를 만들지 않았지만 제 뿌리가 물을 탐해 이웃을 침범한 것을 잊고 등이 해를 쫓아 활처럼 휜 것을 보지 못하면서 평소 가만히 서 있다 외부의 힘인 바람에 일순간 휘는 대나무를 탓할 때 갑자기 불평이라는 것이 생겼다. 생존을 위해 경쟁하여 우위를 점하는 것은 환경에 적응하고 노력한 결과물이니 다른 뿌리에 밀려도 큰 나무에 가려 응달에 살아도 순응할 일이나 제 등 휜 줄 모르고 미풍에 흔들리는 것을 탓하는 것은 제이 제삼의 문제를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보다 많이 가졌고 배웠다고 또 기득권이라 해서 함부로 누군가의 삶을 지적하거나 가르치려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롯이 바른 자세로 우뚝 서서 타인의 귀감이 되는 것만이 진정한 어른이며 `숲을 고민하고 선도할 자격이 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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