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주도 아닌 주민 주도가 도시재생 성공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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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주도 아닌 주민 주도가 도시재생 성공의 관건"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5.31 16:47
  • 호수 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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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지역재생 전문가 오민근 박사

서변동 자취방골목 사업, 창생플랫폼, 청년창업지원사업, 청년창업거리 조성사업 등 요즈음 도시재생과 관련해 남해군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또 올 3월부터 작가초청강연 `남해에서 만나는 작가 4인4색`(총4회, 현재 3회 진행)과 5월 16일부터 길위의 인문학 `남해의 길 위에는 어떤 이야기가 쓰여질까?`(강연 7회, 탐방 3회) 등이 군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면 어김없이 이 인물이 등장한다. 경남청년창업지원사업 남해군 총괄 코디네이터이자 컬처그룹 뭔들의 공동대표 오민근(52) 박사다. 그는 얼마 전 열린 서변리도시재생대학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를 만나봤다. <편집자 주>

 

도시재생과 관련한 많은 일을 해오셨다. 먼저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현재 경남청년상인점포창ㅅ업지원사업 남해군 총괄코디네이터, 충남 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경기도군포시 경관위원회 위원, 강원도 탄광지역발전지원센터 TF 위원을 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부처에서 근무할 때 한 일이 공공디자인이었다.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인 문전성시 프로젝트(순천 웃장, 화개장터, 옥천 5일장, 경북 봉화시장, 경주 불국시장) 등을 진행했다.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하여 그동안 남해에서 해오신 일들을 말씀해 달라^ 이전에는 처가가 부산이라 가족과 여행하러 남해에 들르곤 했다. 그리고 2016년 3월 미조 `남새정원` 사업 건으로 남해군에 회의를 하러 왔다. 공식적인 남해 첫 발걸음이다. 그때 만난 분들로부터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화우물사업에 선정된 남해여고 주변 자취방 골목 조성사업으로 컨설팅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남해에 자연스럽게 다시 오게 됐다. 2017년 5월에 가천 다랭이마을에 집을 구해서 지금은 `은퇴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부처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법 만들던 사람으로서 여러 일을 하다가 한계를 느꼈다. 차라리 현장, 지역으로 가자는 생각으로 왔고, 남해에 자주 오다보니 청년창업지원사업 제의를 받았다. 2017년에는 뜻있는 분들과 청년창업과 관련해 뭔가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청년창업포럼을 몇 번 하면서 많은 의견을 나누고 답사를 다니기도 했다. 1년짜리 사업이고 처음 시도하는 거라 시행착오도 많다. 가게를 열 만한 장소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적합성을 검토하기도 어려웠다. 앞으로 청년상인들이 앞으로 잘해주어야 한다. 모두 오픈하고 나면 청년상인 오프닝 이벤트를 한 번 할 것 같다. 사례를 하나 만드는 것이 여생 동안 하고 싶은 일이다. 지역에서 도시재생이든, 마을가꾸기든 지역활성화든 잘된 사례 하나를 만들고 싶다.
 
현장 전문가 입장에서 남해군의 바람직한 도시재생의 방향에 대해 말씀해 달라^ 남해는 풍광이 아름답다. 경관인프라는 있지만 관광인프라는 없다. 유지관리 체계가 없다. 단순히 관광객이 막 들어오는 게 아니라 주민들부터 질적으로 이를 누리면서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야 관광객이 오는 거다.
 경험상 관 주도로 하면 보통 잘 되지 않는다. 마을을 가꾸는 주체는 행정이 아니라 주민이다. 3주 전 서변리 마을재생대학을 할 때도 마을주민 주도라는 말을 썼다. 서변리 사례처럼 계획을 수립하거나 사업을 시행하는 초기 단계에 대상지 주민의 목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다. 세상이 바뀌었다. 목소리를 듣는 과정을 공개적으로 열린 장소에서 해야 오해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집중검토회라는 방법을 쓴다. 실제 참여한 분들이 내용을 만든다. 한 지역에 살지만 잘 모르는 분들이 만나 동네일을 의논하는 방식이다. 서로 발전방안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전문가가 나서서 지휘하지 않고 주민들이 내용을 내고 나는 도와줘야 더 좋은 내용이 나온다. 한동네 사람들이 하나의 비전을 만들어내는 순간, 공감대를 하나로 모으는 순간부터는 일하기가 쉬워진다.
 
현행 사업들에서 주민참여가 어렵다. 극복 방안이 있다면^ 계획부터 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에 일을 추진해야 한다. 또 이것을 행정이나 전문가가 어떻게 도와주고 협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주민이 싫다면 할 수 없다. 좋은 사업이라도 같이 섞여서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거리감을 없애야 진행할 수 있다. 2009년부터 10년 넘게 일해오면서 이것 이상의 방법은 보지 못했다. 집중검토회가 그것이다. 이번에도 대화가 되니 할머니들과 대학생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더라. 젊은이들이 모르는 것을 어른들이 얘기해주고 젊은이들의 최신 지식을 덧입혀 모두가 윈윈하는 방안을 끌어낸다. 거기에 전문가는 전문적 관점에서 조언하고 조정하기만 하면 된다. 서로 원하는 결론을 찾으니 수료식 때 대학생들과 어르신들이 더없이 친밀해졌다. 사람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결속시켜주는 게 중요하다.
 
남해군 4인4색 작가초청 강연과 길위의 인문학 강연을 기획한 의도라면^ 좋은 강연자들을 그저 불러모으는 게 아니라 남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차별화된 기획이었으면 했다. 남해 사람들이 식상해하지 않고 더 관심을 가지도록 해서 많이 참여하게 하고 싶었다. 4인4색은 글 관련한 작가초청 강연인데 소설 같은 문학적 글쓰기 분야만이 아니라 어떤 분야와 관련해 글과 연결짓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오도 선생 같은 경우는 텃밭정원을 가꾸면서 글, 기록을 남기지 않나. 꼭 소설처럼 쓰는 것만이 아니라 사실을 담백하게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 이번 6월에 강연할 양미석 씨는 여행작가 관점에서 여행과 글을 어떻게 연결하면 좋은지, 여행 다니면서 담백하게 느낀 것을 글로 정리하는 방법 보여줄 것이다. 바로 글쓰기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유연한 사고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길위의 인문학도 그렇다. `남해의 길 위에는 어떤 이야기가 쓰여질까`라는 주제가 보여주듯이 남해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을 거다. 그 이야기들이 떠다니기만 하지 기록하는 이들이 없다. 쓰더라도 주로 외지인들이 다른 시각에서 썼을 거다. 남해의 길이라는 것도 정해진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쓸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의외의 것도 주제가 된다. 중요한 것은 그 형식이나 틀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다.

 김수연 기자 nh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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