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대학-제일고 굴다리에 `해바라기의 숨결` 불어넣다
상태바
남해대학-제일고 굴다리에 `해바라기의 숨결` 불어넣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6.03 14:57
  • 호수 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정 미국 잭슨주립대 교수, 남해사랑 담은 세 번째 벽화 그려

 이달 중순, 경남도립남해대학과 제일고등학교를 잇는 통학로의 굴다리(북변리 362-7 일원)에서 한 여성이 며칠째 벽화를 그리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이 여성이 누구인지 수소문해보니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주립대학 도예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현정(62) 교수였다. 서면 노구마을 출신인 김 교수는 방학이나 짬이 날 때마다 미국에서 건너와 고향 남해를 아름답게 가꾸는 활동을 펼쳐왔다. 김 교수의 이번 벽화 작업은 이동면 정거리 커피마을협동조합 카페 `네발자전거` 유휴공간 벽화, 남해읍 오동마을 우리마을국수집 담장벽화에 이어 세 번째다.
 폭우가 쏟아지던 27일 김현정 교수를 만나러 굴다리로 갔다. 풍덩한 긴 앞치마를 두른 소탈한 차림의 그는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붓질`에 여념이 없었다. 굴다리 안은 곧 푸른색으로 칠할 바닥에서부터 양 벽면과 천장까지 남해의 바다와 섬 곳곳의 풍광, 푸른 하늘을 묘사한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었다.
 노란 빛을 시원하게 뿜어내는 해바라기를 중심으로 유자와 치자꽃, 동백꽃, 유채꽃은 물론 남해대교, 독일마을, 가천 다랭이마을, 왕지마을 벚꽃, 상주 은모래해변 등 남해를 대표할 만한 지역들이 벽면에 이야기처럼 묘사되고 있었다.
 "해바라기는 색 자체가 밝고 아름답지요.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해바라기와 노란색이 행운과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있어요. 특히 유럽인들이 해바라기를 사랑하지요. 해바라기의 행복한 기운을 남해 곳곳에 불어넣고 싶어요."
 그래서 벽화의 제목을 `해바라기의 숨결`로 지을 거라고 한다. 김 교수는 앞선 벽화 작업에서도 해바라기를 주제로 했다. 남해문화원과 제일고등학교에 기증한 도예작품도 해바라기를 소재로 했다. 몸은 타향에 있지만 고향 남해에 대한 사랑이 십수년간 이어졌고 해바라기를 주제로 한 예술로 승화해왔음을 일깨워준다.

 지난 5월 8일 페인트 밑작업을 하고 9일부터 벽화작업을 시작했으니 벌써 20일째다. 새벽 5시부터 시작해 학생들 통학이 시작되는 8시 무렵까지 작업을 하고 잠시 쉬었다가 저녁 7시까지 김 교수는 혼자서 그림을 그렸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군의 지원을 받아 굴다리 주변을 정리하고 꽃도 심었다. 김 교수는 지식교육과 테크놀로지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인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차적으로 지저분한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면 사람들도 더 이상 쓰레기 같은 걸 함부로 버리지 않아요. 특히 이곳은 공공장소이자 학생들의 통학로이다 보니 아름다운 경관 조성을 통해 입시경쟁에 지친 학생들의 메마른 정서를 되살려주고 싶습니다."
 벽화는 이제 디테일을 살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굴다리 벽화가 완성되면 주변 곳곳에 나무벤치를 놓아서 주민들의 쉼터로 거듭나게 된다. 어쩐지 관광객도 일부러 찾아오는 `핫플레이스`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김 교수는 잭슨주립대 우수교수상, 봉사상 등을 받은 데 이어 지난 해에는 20년 넘게 미시시피주 지역사회와 한인사회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봉사상을 받은 자랑스러운 남해인이다.
 6월 2일이면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지만 김 교수는 "내년쯤엔 노량대교 앞에 어정쩡하게 서있는 용머리를 되살려 볼 생각"이라며 벌써 남해에 다시 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수연 기자 nhsd@hanmail.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