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 출발은 수집, 어제까지의 모든 것을 수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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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 출발은 수집, 어제까지의 모든 것을 수집하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6.03 15:50
  • 호수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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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정선군도시재생센터장 `길위의 인문학` 강연 열려

 남해해화전도서관이 `남해의 길 위에는 어떤 이야기가 쓰여질까`라는 주제로 이달 16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길위의 인문학` 두 번째 강연이 23일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강연자로는 강원도 정선군도시재생센터장 이용규 박사가 나서서 자신의 번역서 제목이기도 한 `열린공간박물관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영국 비미쉬박물관의 매력에 빠지다
 `열린공간박물관`이라는 제목이 다소 생소하지만 쉽게 생각하면 야외박물관,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보통 민속촌을 떠올리는데 이것과는 다르다. 민속촌에는 장소성, 그 유물이 담아야 할 진정성이 없다. 열린공간박물관은 장소의 역사가 살아있게 해야 하고 주민참여도 중요하다.
 경제지리를 공부하러 영국에 갔는데, 공부가 안 될 때마다 비미쉬박물관이라는 곳에 갔다. 탄광촌에 만들어진 오픈에어 박물관이다. 책의 저자인 프랭크 아킨슨이 폐광촌인 영국 비미쉬라는 동네에 광산에서 버린 유산을 모아 박물관을 만들었다. 갈 때마다 매료됐다. 지금 나는 프랭크 아킨슨처럼 한국 광산지역인 정선의 유산을 모으고 이를 재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산업고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직갱이라는 철탑의 유래를 밝히고, 시설물의 재질, 제작자, 제작연도, 공법, 노동자 수 등을 조사해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수직갱이라는 철탑이 독일회사에서 만든 것이고, 볼트와 너트, 쇠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실어온 것이라는 걸 밝히고, 운송장도 수집해서 전시했다. 관람객은 이런 역사와 유래를 아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요즘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데 스토리가 있어야 텔링이 가능하다.

"어제까지의 모든 것을 수집하라"
 스토리를 알려면 제일 중요한 게 수집이다. 어제까지의 모든 것을 수집하라. 서양이 200년 동안 해온 일을 우리는 근 50년 동안 다 해치웠다. 90년대에 삐삐(페이저)라는 게 유행했는데 금세 골동품이 됐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기록해야 한다. 국내에도 2010년대 이후 오픈에어뮤지엄이 생기고 있다. 부산에는 고려제강 인쇄장비, 종이 절단기 등 전시돼 있고, 전주의 오픈에어뮤지엄 팔복공장에는 작가가 숙식하며 지역을 바꾸는 일을 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광산에는 목공소, 제재소가 있다. 300명 사는 동네에 화장실이 7칸뿐이었다. 화장실도 보존하기로 했다. 단추에서 중장비까지 모을 수 있는 건 다 모아야 한다.
 유산이란 어제까지의 모든 것이다. 수많은 조선소들이 도시의 풍경이나 경관을 해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노동의 상징이자 도시의 기념물이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공공시설물을 자부심을 가지고 외부인에게 소개해야 한다.
 남해도 지역유산을 수집하고 아카이브로 만들어야 한다. 열린공간박물관은 장소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이해하게 하고 그 장소의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길위의 인문학` 세 번째 강연은 30일(목)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동국대 영상콘텐츠대학원 이수재 겸임교수가 `공간을 스토리텔링하다`라는 주제로 열리며 31일(금)에는 탐방 프로그램으로 전북 군산 도란도란우체통 거리를 견학할 예정이다. (문의: 평생학습팀 ☎860-3863)
김수연 기자 nh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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