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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홍보 대사|시대칼럼|장현재
남해타임즈 | 승인2019.06.07 15:41|(650호)
장 현 재
칼럼니스트

감나무에 감꽃이 지고 언덕 밭이랑에 감자꽃 피는 유월이 시작됐다. 따끔거리는 한낮 유월의  바람결에 진한 밤꽃 향기가 코끝에 밀려온다. 학교 운동장 돌담 축대 사이에 송엽국이 무리를 이루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는 있는 듯 없는 듯 보였는데 올 유월에는 유난히 많이 핀 자홍색 꽃이 지나는 마음을 싱그럽게 한다. 누가 심었을까? 그러고 보니 일전에 바람비가 내린 뒤 빈 돌담 사이 흙이 보이는 곳에 이식하는 그 모습을 본 일이 있다. 궁금하기도 했지만 예쁜 마음을 꽃에 담아 감사하며 더 호기심을 가지지 않았다. 드러나지 않은 봉사와 헌신이 우리가 사는 곳을 더 따스하고 아름답게 만든다고 생각하니 고개가 숙어졌다.
모든 것에는 첫인상이 있다. 처음 마주하는 사람, 첫 여행지의 느낌, 통신 수단을 통해서 전해지는 한 나라의 이야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이미지는 얼굴이라 할 수 있으며 전파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여러 인상 중 여행자에게 큰 흔적을 남기는 것은 방문지의 지역성이다. 낯선 곳을 방문하는 여행자가 처음 느끼는 감성은 낯섦이 몰고 오는 신선한 충격이다. 그 느낌이 좋게 뇌리에 새겨지면 다시 오고 싶어 하는 좋은 바이러스를 심어준다. 일종의 보이지 않는 홍보효과이다.
그러면 우리가 사는 곳 보물섬 남해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할까? 남해에 태를 묻고 살면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있다. 그것은 귀촌한 사람 또는 출퇴근하는 외지인의 공통적인 말인 남해사람은 투박하며 텃세가 심하다이다.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이지 이런 말을 계속 들으면 은근히 부아가 오른다. 하지만 화를 내고 거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변화를 해야 한다. 변화하지 못하면 결국 행진의 대열에서 떨어지고 만다. 이런 남해 사람의 이미지는 섬이란 지역적 특성이 만들어 낸 것이라 하지만 이제는 인정과 변화가 필요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자가 제일 처음 그 지역색을 만나는 곳은 버스 터미널이다. 매표원, 운전기사, 매점이나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은 여행자에게 남해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민간 홍보대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분들은 정작 이미지 홍보대사란 말에 대해 얼마나 무게감을 두는지 궁금해진다.
보름 전이었다. 이른 아침 서울행 버스를 타는 분을 배웅하러 나왔다. 예상외로 썰렁한 대합실은 어두운 조명과 더불어 글루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발권을 마치고 생수를 사려고 매점을 찾았다. 출발 시각은 급하고 마침 잔돈도 없어 카드를 내미는 순간 매점 주인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물 한 병에 카드라니 하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얼마를 사면 결재가 되느냐 물으니 5천 원 이상이 돼야 가능하다고 했다. 순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매점 주인은 마트나 편의점은 모르지만 물 한 병에 카드는 안 된다고 하며 앞쪽에 현금 인출기가 있다고 했다. 어떻게 한다  목마른 사람이 물 찾는다고 할 수 없이 승강장 근처의 은행 공동 인출기에서 물 한 병값 보다 더 비싼 수수료를 내고 셈을 치렀다. 차를 떠나보내고 터미널을 나서며 이런 일이 어디 있을까? 참 씁쓸했다.
처음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을 무겁게 걸으며 이게 남해의 민낯인지 어떤 모임에서 난 남해 토박이라고 떠들어 대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정말 남해사람들은 투박하고 붙임성 없을까? 물론 영세한 매점 형편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인상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 마주한다면 어떨까? 부끄럽기 짝이 없을 일이다. 그날 종일 무거운 마음을 떨치며 수업 중 고학년 아이들에게 "여러분은 남해사람이 친절하다고 생각해요?" 물으니 반 이상이 `불친절하다`는 의외의 반응이 더 놀라웠다. "울 엄마 아빠도 남해 사람은 그렇데요"
불친절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사근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결국 첫인상이 구겨지면 그 지역에 대한 이미지는 각인되고 관계의 길을 타고 타인에게 전파된다. 조금 있으면 보물섬 마늘 한우 축제가 시작되고 다음 달이면 군내 해수욕장도 개장한다. 큰 덩어리를 가지고 소득을 올리고 인구증대의 이상을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없이 담장에 꽃을 이식하는 사람의 마음처럼 사소한 만남의 첫인상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 오고 싶어 하고 기억에 남는 남해를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바닷물을 썩게 하지 않는 것은 2%의 소금 때문이다. 모든 남해 사람이 각자 자신이 소금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보물섬의 홍보대사란 변화의 옷을 입는다면 더 좋은 보물섬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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