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기인 `거마와 빵주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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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기인 `거마와 빵주사 이야기`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6.07 16:46
  • 호수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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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이처기의 남해이야기'
이 처 기
본지 칼럼니스트
시인

설천면 고사리 버스정류소 고사 마을 지명석이 있는 건너편에 돌비석이 서 있다. 예사로 보면 보통 비석이지만 `박성관 선적비`라고 적혀 있는 이 비석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이 마을 박성관 씨는 고사리를 지나가며 배고프게 사는 걸인 행려인들을 가족같이 돌보며 배고픈 나그네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잠도 재워 주던 분이었다.
박성관 씨가 세상을 떠난 후 도움을 받은 행려인들이 마음을 모아 이분을 기리는 돌비석을 세워준 것이다. 남해이야기에서 꼭 빠트리지 않아야 할 이야기의 하나가 박성관 님의 이 선적비가 아닌가 한다.
남해의 기인 거마와 빵주사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남해이야기는 아니지만 창녕 부곡마을의 개비석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창녕 부곡 노리 마을과 임해진 마을 사이에 있는 개비석 이야기이다. 4대강 사업으로 추진된 낙동강 함안보 부근 창원을 통하는 본포교가 있는 1022 지방도로를 따라 가면 노리 마을이 있고 조금 더 가면 산비탈에 임해진 마을이 나온다.
비석 앞의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옛날 임해진과 노리 마을에 성(姓)이 다른 두 마리의 개가 살고 있었다. 두 마리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여서 정을 잊지 못해 임해진에서 노리 마을을 매일 같이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며 서로 정을 달랬다. 그러기로 여러 번 왕래하다보니 그 험하고 험한 산에 길이 생기고 말았다. 이 길이 있기 전에는 노리와 임해진을 오고가는 길이 없어 한없이 고생하였는데 이들 개에 의해 산길이 만들어져 사람들의 불편을 덜어 주었다.
개들이 뜻 없이 한 일이지만 사람들은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하여 비를 세웠는데 이를 개비라 전해져오고 있다. 이후 이곳을 개비(犬碑))또는 개로비(開路)碑)라고 불리어지고 있다. 이 비를 탁본하려 했으나 노후해 글자를 식별할 수 없어 안타깝다.
창녕 개비 이야기는 전설적 면이 느껴지지만 남해의 `거마와 빵주사` 이야기는 실화다. 이 이야기를 전해 남해의 좋은 스토링텔링으로 교육적으로 역사적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1950년대 전후 남해읍에 살던 사람이나 남해읍 시장을 다녀간 사람들은 거마와 빵주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실제 이름은 금화(錦花)라는 이름의 고급 기녀였고 빵주사는 방(方)씨 성(姓)을 가진 금화의 하인이었다. 빵주사는 남해 사투리와 경상도 발음이 합성된 것이다. 당시 거마는 상당한 체격에 기품이 있는 얼굴로, 왕년에 기방에서 이름을 날렸다고 알려져 있다. 요즘 생각해보면 글래머에 머릿결이 검고 숱이 많았다. 특히 걸치고 다니는 담요(망토)는 요즘의 패션에 비해서 결코 뒤지지 않았던 것 같다.
빵주사는 한동안 거마의 동생 혹은 부부관계로 알았었는데 후에 안 사실은 주종관계였다. 사람들이 궁금해서 몰래 살피면 거마의 2m이내에는 절대로 접근도 못하며 쩔쩔매는 방주사를 목격하곤 했다는 증언이 있다. 당시 남해 경찰서에 방씨 성을 가진 서장이 부임했는데 이때에 방주사의 기개가 가장 살았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방주사를 놀리면 "너 임마, 경찰에 이른다"라고 하며 기상이 대단했다고 한다.
약간 모자라 보이는 듯한 빵주사지만 남해 유지들의 우편물이나 부고 혹은 축하편지를 기가 막히게 잘 전해주고 심부름도 잘한 착한 사람이었다. 빵주사는 거마가 죽었을 때 그 옆에서 며칠을 굶고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움막에서 곡기를 끊고 꼼짝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밥을 갖다 주기도 했으나 먹지도 않고  그 후 그도 거마를 따라 죽었다. 거마와 빵주사의 관계가 충성스러운 주종관계였는지, 흠모한 순애보였는지 모르나 남해의 인물 현대사 한 이면을 기록할 만한 기인전에 실릴 만한 충분한 사료임에 틀림없다.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남해읍 들머리나 유배문학관 한 모서리에 `거마와 빵주사`의 기념돌비석을 세웠으면 한다. 창녕의 개비도 그 동네 사람들이 세웠고 고사리 박성관 선적비도 걸인들이 마음을 모아 세웠는데 거마와 빵주사의 기념 돌비석을 이제 우리들 무명 남해인들이 세워야 할 차례가 아닌가!

※ 거마와 빵주사 실화를 제공해주신 분은 남해읍 출신 이환성 단양호텔 대표임을 밝혀둡니다. 이환성 대표께 감사드립니다.

최근 남해군이 경남도의 `1시장 1특화 육성사업`에 선정돼 남해읍 시장골목길이 추억의 감성 골목주점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그 바탕에 남해전통시장에서 1950년부터 전해 내려오는 `거마와 빵주사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거마와 빵주사`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14년 2월 20일 남해시대에 실린 이처기 선생의 남해이야기를 다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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