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과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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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과 반응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7.01 14:01
  • 호수 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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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광장 │김정화
김  정  화
본지 칼럼니스트

높은 산에 올라 "야호" 외쳤던 기억이 있다. 건너편 산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산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보내어주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산신령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산과 건너편 산 사이의 공간에서 만들어 내는 울림이다. 반사하는 음향이 원음에서 적당히 떨어져 있어 돌아오는 소리에 시차가 있는 것이다. 되울려 나오는 소리가 언제쯤 귓전에 아른거릴지 기다리고 있지만 너무 빨리 들려와도 너무 늦게 돌아와도 모두 적당하지 않은 마음이다.
사람이 주는 자극에 반응하는 일도 그렇다.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대하여 어디쯤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것은 온전한 나를 보여주는 태도라서 중요하다. 상황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드러난 자세가 모여 개인의 평가로 이어지고 사람의 됨됨이가 되기 때문에 그렇다.
사리에 맞지 않았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대부분 내가 한 말에 원인이 있었다. 얼핏 보면 듣기 좋은 소리에 쉽게 춤을 추었지만 관객의 시선은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었던 때도 있었다. 불만족스러운 느낌에 신중하지 못하게 대꾸하여 사람 관계가 아득했던 경우도 기억난다. 모두가 조심스럽지 못한 반응에서 문제가 된 것이고 깊이 생각하지 못한 조급증이다.
너무 늦은 반응도 문제다.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 탓이다.  필요 이상의 생각만 그득해서 시간만 허비한 일이 그렇다. 생각만 복잡하면 판단력이 부족하게 되고 내용과 대상을 일치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물어물해 반응의 시기를 놓친 것은 관심과 기대의 단절을 가져온다. 책망하고 반성할 대목이다.
빅터 프랭클은 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갇혔다가 살아남은 유대계 심리학자이다. 그는 강제수용소에 있으면서 같은 자극에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지켜보고 이렇게 회고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우리 스스로가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 우리의 반응에 성장과 자유가 달려있다.
그가 말한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은 개인의 권한이다. 일종의 자기만의 특권인 셈이다. 권한을 누리는 모양과 방식에 따라 상대에게 미치는 범위가 달라진다.
모든 것을 성격 탓으로 몰아가기에는 중첩된 결과가 가지고 오는 부작용이 크다. 자신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고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이 어떤가를 직접 알아차려야 한다. 그런 다음 자극과 반응 사이에 어찌할 수 있는 공간을 인식해야 한다. 이 공간에서 쏠림과 과잉을 경계하면서 야단스럽지도 않고 너무 느긋하지도 않도록 자신을 다독여야 한다. 자극을 받았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일정한 여유를 가진 다음 내리는 결정이 지혜롭기 때문이다.
바람 소리에 기지개를 켜는 풀잎도 다소나마 시간이 필요하듯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분명 간극이 있다. 필요에 따라 그 공간을 넓힐 수도 좁힐 수도 있는 주인은 자기 자신이다. 주어진 자극에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반응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해본 다음 말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야만 자극한 사람이나 반응하는 사람 모두 감정의 잔여가 적다.
세상의 순리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결핍을 점검하고 쓸모를 고민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마땅하다. 그렇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 그렇더라도 너무 오랜 시간 반응을 준비하면 감각의 혼돈에 빠져 분별의 가치를 잃게 된다.
말과 시간의 깊이에 대한 자각이 생긴다면 회복의 기회가 있으니 다행이다. 나에게 던져오는 다양한 물음에 하나하나 답해나가는 것이 인생이다.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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