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상주에서의 무(모)한 도전
상태바
남해상주에서의 무(모)한 도전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7.19 11:12
  • 호수 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병주 본지 칼럼니스트
안  병  주
본지 칼럼니스트

남해상주에서`더불어 행복한 마을공동체`라는 기치를 걸고 협동조합을 설립한 지 3년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창립총회 당시 함께 꿈꿨던 커뮤니티공간이 드디어 올해 `동동회관`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우리 조합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만들었다. 밥도 팔고 술도 팔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하는 중이다. 이름하여 `밥· 술·사람`이 있는 공간이다. 아마추어 셰프들의 요리 실험장이자 조합원들의 수다방이다. 마을분들은 `도대체 뭘 파는 거냐`에서부터 `김밥을 팔아라``맛이 이게 뭐냐`까지 다양한 질문과 요구(?)를 하고 계신다.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맛으로 시작했다. 완벽함은 한마디로 `노잼`이다. 부족해야 재밌다.
문제는 우리만 재밌으면 되는 게 아니다. `더불어 행복한 마을공동체`의 가치가 협동조합만을 통해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더불어`라는 단어가 언뜻 좋아 보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녹록치 않다. `행복`은 또 어떤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우리는 `행복`할 수 있는가. 그리고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이 똑같을 수는 없다. `공동체`는 말할 것도 없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마을공동체`인가.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고백건대 우리에게 그 답은 없다. 다만 세상 돌아가는 게 영 마뜩찮을 뿐이다. 죽을 때까지`돈`이 전부인 것처럼 죽자 살자 돈 벌어야 한다는 게 신물이 날 뿐이다. 인구가 소멸위기라고 하는데 학교를 살리는 데는 영 관심이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일터에서 쫓겨나고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옆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게 슬플 뿐이다. 개발과 성장이 최고인 양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은 모습이 여간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우리에게 답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동안 잊고 지냈던 질문을 다시 꺼내고 싶었다. 이렇게 사는 게 정말 행복한 것인가.
하지만 마을에서 무언가를 함께 도모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외지인`이라는 꼬리표는 마을에서 항상 `타자`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호기롭게 `더불어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표방했지만 정작 기존 주민들은 시큰둥이다. 협동조합과 마을의 연결고리가 부족하다 보니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사소한 오해도 있고, 기대를 갖고 있는 분들도 계신다. 마을은 외지인과 원주민을 구분 짓는 게 익숙하겠지만 거기서 머물면 `공동체`는 요원하다. 우리는 선후를 따지기보다 `더불어`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상대방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외지인과 원주민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우리는 경제 영역에서도 다른 길을 선택했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지상최대의 과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이 사회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사회적 경제`라 불리는 `사람 중심의 경제`가 이 조그만 마을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협동조합이라는 법인형태를 선택했다. 조합원을 비롯해 마을주민들 스스로 사회적 경제 영역을 개척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풍요로운 자연과 인적 자원을 토대로 새로운 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마중물 역할이 바로 동고동락협동조합이 할 일이다.
아직은 우리 협동조합이 마을에서 섬처럼 존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학교를 중심으로 맺어진 관계라는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경제적 수익사업도 지지부진하다 보니 뭘 하고 있나 자괴감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완벽함보다 부족함이 훨씬 인간적이다. 그 부족함 때문에 우리는 모여서 산다.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부족함을 서로 채워주는 재미가 쏠쏠함을 알기에 우리는 `마을공동체`라는 말을 좋아한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고 간디가 말했던가.  남해상주에서의 무모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