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방학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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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름방학 숙제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8.01 17:55
  • 호수 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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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본지 칼럼니스트
김  종  갑
본지 칼럼니스트

학부모님께
교사는 방학 동안 아이들이 없으니 싱글벙글할까요? 요즘은 대부분 학교들이 방학 중에 학교에서 영어캠프와 쏙쏙캠프, 여름학교, 영재학급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방학이어도 학생안전관리를 위해 학교에 나오는 일들이 많습니다.
저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저만 해도 이번 방학에 모 기관에서의 수업과 학생활동을 포함해서 15일의 출장이 있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면 5~7일 정도의 휴가가 주어지니 `놀고먹기만` 하지는 않는 셈입니다. 이 방학 기간에 교사는 각종 연수를 통한 배움으로 충전하고 2학기 가르침을 준비합니다.
이리저리 이동하며 배움의 시간을 갖는 교사들에게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어쨌든 방학 동안 제일 힘든 분들은 아마도 학부모이실 것 같습니다. 아침에 아이 깨우는 일부터 세끼 밥걱정과 게임과 핸드폰에 빠져 있지는 않을지 등에 대한 염려로 방학하자마자 얼른 개학하면 좋겠다고 푸념하는 학부모도 계시다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방학을 이용한 선행학습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니 복습이라도 시킬 겸해서 학원을 보내려는 학부모님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원에 보내는 것이 아이들 관리 측면에서 안전하고 돈은 들지만 공부까지 시켜주니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방학이란 소리만 들어도 행복했던 아이들이 행복할까요? 학교 캠프로 등교하고, 부모님의 자구책으로 학원도 가야 하고, 게다가 학교에서 방학이라고 내준 과제까지 해야 하니, 오히려 학기 중보다 못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학부모님,
방학이란 의미를 찾아보면 `위키피디아`에서는 `학업을 쉰다는 의미로 학교에서 학기가 끝난 뒤 수업을 한동안 쉬는 일이나 그 날들을 가리킨다`고 정의합니다.
아이들이 방학이란 말만 들어도 행복했던 것은 쉼을 기대해서 그랬을 터인데, 학교는 학부모가 아이 관리에 불안할까봐 캠프를 열고, 학부모님은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면 이 아이들에게 진정한 방학은 있을까요?
저만 해도 작년 여름방학 전까지는 학교에서 이런저런 업무를 맡으면서 방학 중에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을 시켜준다는 의미로 캠프를 계획하고 방학과제도 많이 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2학년이던 제 아들의 여름방학 숙제가 `남해 해수욕장에서 가족과 함께 텐트치고 즐기기`였습니다.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텐트를 치고 함께 보냈습니다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아이의 쉼을 존중해주고 아이와 함께하게 해준 너무나도 고마운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올해 여름방학 숙제로 `가족과 함께 피서하기`를 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방학 내내 부모님과 함께 추억 쌓기 여행이나 활동을 한다면 숙제를 하나도 해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어떤 학부모님은 "팔자 좋은 소리, 물정 모르고 하는 소리다",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등의 말씀을 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묻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사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함이겠지요. 그렇다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보다는 지금 현재, 내 아이의 쉼이 될 방학 동안이라도 집중을 해서 `함께`라는 즐거움을 공유해봄이 어떨까요?
예전에 즐겨 보던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권모 연예인이 나와서 했던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평생 모아도 10억을 못 모으는데, 그 돈 벌려고 애들 팽개치고 일하려고 한다. 1천억원짜리 아이는 집에 있는데,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평상시에 그럴 수가 없다면 쉼을 통한 재충전이라는 방학의 의미를 찾아서 아이를 중심에 두는 방학을 진심으로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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