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용 순찰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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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용 순찰시계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8.02 16:48
  • 호수 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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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군 기록이야기 4 │ 이미숙 연구사
이미숙 남해군 기록연구사
이미숙 남해군 기록연구사

왜 이렇게 생겼을까? 시계처럼 생겼는데 단순히 시간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란다.
`순찰시계`는 당직 때 순찰자들에게는 증거와 기록을 남기는 중요 도구였다고 한다. 순찰자들이 제시간에 순찰을 돌았는지 확인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순찰을 돌아야 하는 필요한 장소에 장소 키를 설치 해두고, 순찰을 돌면서 장소 키를 순찰 시계에 넣어 돌리면 기록지에 구멍이 나게 되고, 순찰 장소와 시간이 기록지에 남게 된다.
원통형으로 도톰하게 생긴 이유는 순찰 시계 옆에 난 구멍에 장소 키를 넣고 돌려줘야 하고, 그 순간을 기록하는 기록지가 시계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관청 순찰구역에 열쇠가 쭉 달려있었다고 한다. 그곳들을 다 다녀가야 하고 열쇠와 순찰 시계의 만남이 있어야만 순찰 기록이 남는다. 얼핏 봐도 무게가 꽤 나갈 것 같아 당직자들이 청사 이곳저곳을 다녔을 그 상황을 상상해 보자.

순찰시계 잠금쇠.
순찰시계 잠금쇠.
순찰시계 장소키 구멍.
순찰시계 구성품.
순찰시계 구성품.

어두컴컴한 곳을 다닐 때는 우선 담대한 마음이 필요했을 거다. 무서운 맘을 숨기며 순찰 장소를 다닐 때 순찰시계는 묵직하니 거추장스러운 짐이 될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어찌 보면 급할 땐 예비용 호신도구로 급 변신하지 않았을까. 외롭고 두려운 순찰 길에 든든한 동무가 되었을 것이다.
해당 지역을 순찰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열쇠를 옆 구멍에 넣어 돌리면 시각이 기록되는 원리기 때문에 혹독히 추운 겨울밤에 당직이 걸리면 꾀를 내어봄 직할 것 같다.
그 열쇠들이 장소를 인식시켜 주고 알려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열쇠만 미리 쭉 수거해 놓고 있다가 시간에 맞춰 따뜻한 사무실에서 열쇠만 돌려주었다는 그 당시 당직 경험자의 양심 고백을 들었을 때는 그 잔꾀에 감탄하며 웃으면서 그런 맘을 궁리했을 심정이 공감되기도 한다.
면사무소 문서창고에서 이 `순찰시계`를 처음 발견했을 때 시계 같은 익숙한 모양이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세련되지 않은 몸집에 도대체 이것의 기능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다. 웬만한 선배 공무원들은 역시 몰랐고 은퇴 즈음한 분들의 도움을 받아 그 이름을 추론해가며 자료조사를 한 뒤 `순찰시계`라는 것을 알아냈고, 지금은 우리군 기록관 행정박물 캐비닛에 잘 보존되어 있다.
낯선 기기 하나가 몇십 년을 거슬러 청사 곳곳의 당직 순찰 옛 모습을 상상하게 하고 추억하게 한다.

 

순찰 시계

 牛甫 임인규

흔들흔들 그네를 타며
김 씨와 순찰 시계
길동무를 한다.
일층 공장 동 찰칵
이상무 엉덩이 똥 침 맞고
뿔이나 헉헉 숨을 몰아쉰다.
아들 녀석 오늘도
PC방에서 날을 새우나!
스물여섯 세월을 그리 보내나!
딸각 딸각 계단을 세며
여기는 옥상이다.
바람이 차도 찰칵
이상무 반복되는 엉덩이 똥 침
째깍 이는 소리가 유난히 크다.
어둠 침침 희끗한 그림자
"거기 누구요!"
바람에 나부끼는 비닐조각
휴우~ 헛것까지 보이남
안경을 다시 바꿔야 하겠다.
마누라 허리는 좀 괜찮은지
3층 공장 동 이상무
찰칵 이제는 비명도 없다.
익숙한 그 행위 불만이 사그라졌다.
나와 같이 하는 길동무
나이 먹어 하는 일 날 새우는 이일
밤잠도 없는데 잘 된 일이 아닌가?
희뿌옇게 밝아오는 하늘
새벽바람은 차다.

2016.2.24.

 

순찰 시계에 대해 자료를 찾다가 인터넷상에서 재미있는 시를 봤습니다.
관공서 청사는 아닌 듯하지만 당직순찰은 많은 곳에서 하는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순찰 시계에 대한 느낌과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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