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남해대교서 로드킬 목격, 도둑게 연구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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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남해대교서 로드킬 목격, 도둑게 연구자로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8.19 10:33
  • 호수 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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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4년째 환경교육 진행한 서울대 대학원생 류 미 씨
류 미 씨가 교육참가자들에게 도둑게의 생김새와 습성을 설명하고 있다.

남해 도둑게 생태교육 프로그램은 서울대 대학원생 류 미 씨가 4년 전부터 주도해오고 있다. 류 미 씨는 18년 전 대학생 때 남해갯벌생태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한 것을 계기로 도둑게의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현재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환경교육 박사과정에 있는 류미 씨는 무인도에서 24시간동안 진행하는 생태관찰 프로그램 `바이오블리츠`를 남해군에 제안했다.

언제부터 도둑게의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됐나 ^ 대학생 시절 친구와 함께 도보로 남해대교를 건너다가 맞은편에서 도둑게가 다리를 건너는 장면을 봤다. 그런데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게를 빡 하고 으깨며 지나갔다. 그 소리와 느낌이 오랫동안 잔영처럼 남아 있었다. 대학원에서 환경교육을 전공하면서 남해갯벌생태학교 박언주 선생에게 물어 도둑게 산란 관찰 장소를 알게 됐다. 거기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것을 논문 주제로 삼게 됐다.

보통의 생태체험활동과는 다르다. 해설가 양성이라는 목적도 그렇고 ^갯벌에 들어가서 어떻게 보면 `폭력적인` 채집활동만 하기보다 그냥 생태를 평화롭게 바라보고 공감하고 이슈(로드킬 등)에 대해 고민해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고 경이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보통 어민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이분들이 몇십년 동안 지역에 살면서 쌓아온 지식이 많다. 다만 생태교육에 필요한 지식 정도만 알려드리려고 한다. 마을사람들이 생태해설가가 되어 이 프로그램이 지속돼 나갔으면 좋겠다.

남해의 생태환경이 이런 활동에 적합한가 ^ 현재의 해양프로그램은 크게 어획, 레저,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 등으로 이루어진다. 육지환경프로그램도 20년 전에 초기에는 놀고 파헤치고 따고 쓰레기 줍는 활동을 했었다. 지금은 그냥 보고(관찰) 공감하고 경이로움을 느끼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 지식교육은 학교에서도 할 수 있지만 해줄 수 없는 부분은 정서적인 부분이다.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감동을 느끼고 경이로움을 갖는 거다. 남해에서 정말 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반인들이 생태환경교육을 체험하려면 ^ 바이오블리츠(생물다양성번개. 24시간 동안 생물전문가와 일반인들이 함께 특정 지역의 모든 생물종을 찾아 목록을 만드는 과학참여 활동)로 물새나 상괭이를 관찰하는 것도 좋다. 올해 광릉숲에서 일반인 미공개구간에서 바이오블리츠로 생물관찰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사람들 반응이 대단했다. 남해 무인도를 탐험하는 바이오블리츠는 생각만 해도 멋지다. 생태보물섬 이미지가 멋지지 않나.
남해에 이런 교육을 담당할 생태환경 단체가 없어 아쉽다. NGO(비영리민간단체)가 환경부, 해양환경교육센터 지원사업 등을 받아 무료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다. 내가 하는 프로그램도 그런 종류다. 지원사업을 하는 기관은 많다. 그렇다고 지역 어른들이 서류작업 등을 할 수는 없다. 누군가 사업계획서를 쓰고 예산 받는 일을 하면 강사로 나설 사람은 많다. 전문가도 좋지만 지역 주민들이 많이 할 수 있다고 본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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