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원종공신녹권」(경남 문화재자료 제6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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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원종공신녹권」(경남 문화재자료 제637호)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8.19 11:47
  • 호수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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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군 기록이야기 6 │ 김연희 학예사
김연희남해유배문학관 학예사
김연희남해유배문학관 학예사

남해유배문학관은 문학관이지만 박물관이기도 하다. 2011년 5월 경상남도에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하였다. 남해유배문학관의 총 유물 수는 2636점인데 그 중 1500여점은 10년 전 문을 닫은 남해향토역사관의 유물을 흡수한 것이다. 향토역사관의 유물은 대개 토기, 농경유물, 생활도구, 목가구 등 조상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여기에 유배문학이라는 컨텐츠에 맞는 유물을 기증 또는 구입하여 지금의 유배문학관이 탄생하였다. 유배문학관은 4개의 전시실로 나뉘는데 그 중 제1실이 향토역사실이라는 사실만 보아도 박물관과 문학관이 접목된 사실을 잘 알 수가 있다. 2012년 이후 유물 구입비가 따로 책정되어 있지 않아 제자리걸음만 하던 유물 수에 선무원종공신녹권이 기증되면서 지금의 2636점이 되었다.

「선무원종공신녹권」

「선무원종공신녹권(宣武原從功臣錄券)」은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사람들을 책봉한 증서다. 나라와 왕실을 위해 큰 공을 세운 사람을 공신이라 하는데 공신들에게는 초상(肖像 초상화를 그려 후세에 전함), 교서(敎書 국왕이 내리는 명령서) 그리고 녹권(錄券 공신임명절차와 명단을 기재한 문서)과 같은 증표를 내려주었다. 종이문서뿐 아니라 포상도 두둑하였다. 일등공신, 이등공신 등 등급에 따라 상이하였으나 토지와 노비는 물론 부모와 아내의 품계를 높여 주고 자식은 과거를 치르지 않아도 관직을 주고 죄를 짓더라도 사면되는 등의 특전을 받았다.
두 차례의 왜란이 지나고 선조 37년(1604)에 이순신 등 18명을 선무공신으로 책봉하였고, 1년 뒤 선조 38년(1605)에 그 공이 선무공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다소의 공이 있는 자들 9060여명을 선무원종공신에 책봉되었다. 그들의 관직과 이름이 적혀 있는 공신록이 바로 「선무원종공신녹권」이다. 여기에 공신들의 관직과 이름이 실려 있지만 정확한 숫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기록이 있으며 의견이 분분하여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하다.
그러면 남해유배문학관에 전시된 선무원종공신녹권의 주인은 누구일까? 바로 조선시대 중엽 남해 유일의 과거급제자로 알려져 있는 난계 이희급(1553~1597)이다. 이희급은 본관은 장수이며 명종8년(1553)에 남해군 이동면 난음리 난양부락에서 아버지 이인충과 어머니 진양하 사이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1576년 소과인 생원 진사에 합격하여 성균관에 입학하였고 1582년 대과에 응시하여 29살에 과거에 급제하였다. 그는 승문원 정자를 시작으로 1592년 개령현감, 1594~96년 함양군수 이후 경상도사로 승진하였다. 이후 이순신 휘하에 여러 전투에 참전하였고 1597년 9월 명량해전에서 44세의 일기로 순절하였다.
조선시대 대표적 유배지였던 남해에서 바다를 건너 험준한 문경새재를 넘어 한양에 당도하여 과거에 급제한 이희급의 삶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희급의 행적은 여러 기록에서 찾을 수 있는데 조선중기 의병장인 정경운이 쓴 「고대일록」에는 함양군수로 재직할 당시 명나라 군인들에게 심한 횡포를 당한 일이 기록되어 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1576년 10월 이희급의 부친 이인충이 아들을 찾아 전지로 향하던 중 왜적에게 포로로 잡혀 고초를 치르고 풀려나 이순신을 찾아뵈었고, 이순신은 순절한 아들의 소식을 전하며 어쩔 줄 몰라 고민하여 날을 세웠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희급은 선조 38년(1605) 「선무원종공신녹권」을 하사받았다. 많은 수가 녹권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남아있는 자료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 중 이희급의 「선무원종공신녹권」은 보존상태가 좋아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637호로 2017년 7월 지정되었다. 같은 해 9월 장수이씨 유적선양회 회장 이영태 씨가 남해유배문학관에 기증하면서 지금까지 향토역사실에 상설 전시되어 있다.
이렇게 하나의 유물에는 그 지역의 인물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으로 유물 기증을 통해 잠자고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에게 소개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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