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 군민 곁에 성큼 다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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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 군민 곁에 성큼 다가서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8.22 17:46
  • 호수 6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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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기 촌장, "연극은 행복한 놀이, 지역성 있는 작품 올릴 것"

군민참여형 극단 `하모하모` 창단 목표로 단원 모집 중

 

권혁기 촌장이 `아시아 탈의 신비`전에 전시된 방상시 탈(이동면 박태웅 씨 기증)과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주말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이하 탈공연예술촌)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연극 <검은방>을 상연해 더위에 지친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지난달 20일부터 `아시아 탈의 신비 그림자에서 찾는다!` 특별기획 전시전이 열려 내년 2월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탈과 그림자인형극, 손그림자놀이 체험 등을 선보인다.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탈공연예술촌에서 이달 22일까지 군민참여형 극단 하모하모 1기단원을 모집한다. 군민이 단원으로 참여해 함께 만들어가는 극단으로, 남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도다. 아직은 다가가기 어렵고 높은 문턱으로만 느껴지던 공연예술과 전시회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이 새로운 분위기의 중심에 권혁기 촌장이 있다. 
 
"예술이 민중에 군림하면 안 돼"
 고(故) 김흥우 촌장의 후임으로 탈예술촌을 이끌고 있는 권혁기 촌장은 연극, 뮤지컬, 무용, 영화, 이벤트 등 공연예술 전반을 두루 섭렵한 무대 연출자이자 연극교육자다.
 "고등학생 시절 문학동아리를 하며 연극을 접했어요. 그 연극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았지요. 일생 이 일을 하고 살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연극 관련 대학에 진학했다. 1학년 1학기부터 외부 대학 동아리에서 가르치고 여름방학에는 극단에서 공연도 했다. 남보다 빨리 꿈에 그리던 연극을 했는데 그게 꼭 좋지만은 않았다.
 "너무 술을 많이 마셨어요. 감동적인 얘기도 반복되니 지루하고 무엇보다 너나 할 것 없이 너무 공부를 안 하더군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교수에게 말했더니 "다양한 예술장르를 체험해보면 연극이 무엇인지 잘 알게 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영화, 방송, 무용, 오페라, 국악, 뮤지컬, 행위예술, 이벤트까지 `잡다하게` 많은 분야를 겪어봤다. 연극과 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어떻게 사회와 사람들을 만나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민속학자이자 민속극, 인형극 연희의 대가 심우성 선생을 만나 사사했다.
 "예술이 액자처럼 걸려 있으면 안 된다. 예술은 민중에게 다가가야 한다. 가장 나쁜 건 예술이 민중 위에 군림하는 것"이라는 선생의 말씀을 마음에 새겼다. 교육연극을 공부하고 나중에 서울시 청소년연극제를 만들었다.
 남해에 와서도 "예술이 편하고 즐겁고 쉽게 공연기획과 함께 교육연극으로 전달되길" 바랐다. 연극교육자답게 현재 이동초등학교에서 연극수업을 하고 있다. 이동중학교와도 연극교육을 협의하고 있다. "교육연극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내년에도 교육연극 창구를 더 열 계획입니다."
 
지역민과의 소통 기반으로 운영
 탈공연예술촌 사업은 크게 공연, 연극교육, 전시 3가지로 나뉜다. 권 촌장은 이 세 분야 모두가 "마을주민과의 교통, 소통을 기반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이런 계획의 연장선에서 군민참여형 극단 `하모하모`를 창단할 예정으로 1기 군민단원을 모집하고 있다. 올 가을부터 내년까지 "탈공연예술촌이 유치원생부터 60대 할머니까지 전 연령층이 아주 즐겁고 행복한 놀이장소로 여길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예술을 향유하도록" 하려고 한다. 군민극단 하모하모를 통해 남해만의 문화, 특히 남해의 전설을 발굴, 연극 대본도 단원들과 함께 직접 창작해서 내년 12월에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공연 선정에서는 "절대 어렵지 않은, 그러면서도 일정 수준을 갖춘 공연 초견이 중요"하다. 권 촌장은 무엇보다 "탈공연예술촌 공연은 쉽고 재밌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마을 주민이 와서 봐야 한다는 기본 틀을 만들고 싶다" 올해 남은 공연 중에 특히 경기도 도립국악단과 무용단을 눈여겨봐 달라고 귀띔한다. "이분들은 국가대표 수준급입니다. 이곳에서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수준의 공연이 될 겁니다"
 `아시아 탈의 신비 그림자에서 찾는다!` 특별기획 전시회가 지금 탈공연예술촌에서 열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시가 벽에 걸려 있는, 유리 캐비닛에 갇혀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 한다. 움직이는 전시, 관람객이 직접 뭔가를 해서 전시와의 연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탈촌, 남해예술문화의 메카로
 탈공연예술촌이 현재 하고 있고 앞으로 하게 될 것들을 직접 보고 듣고 확인하니 `이곳이 곧 남해예술문화의 메카로 자리잡겠구나` 하는 기대가 생긴다. 단순히 공연만 보러 오는 곳이 아니라 군민들이 문화를 통해 함께 어우러지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싶다.
 권 촌장은 "군비를 받으면서 하는데 군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건 당연합니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문턱을 높일 이유가 없어요. 주민들과는 교통이 안 되는 그들만의 잔치는 어울리지 않아요. 앞으로는 탈촌 문을 더 열 겁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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