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천 문항마을에서 남해에 반하다
상태바
설천 문항마을에서 남해에 반하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8.23 11:13
  • 호수 66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항마을 가꾸는 정진규·임선경 부부

남편은 마을기업 영어조합법인 대표, 아내는 어촌맞춤형 카페 운영

 

문항마을영어조합법인과 `남해에 반하다`를 운영하는 정진규·임선경 부부.

 설천면 문항마을은 바지락, 굴, 쏙, 낙지 등 해산물이 풍부한 갯벌과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현상으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어촌체험마을이다. 또 `에스` 자로 굽은 해안도로, 바다와 섬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석양으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또 한 번 남해에 `반한다`. 정진규(47)·임선경(37) 부부는 14년 전 이곳 고향마을로 돌아와 문항마을영어조합법인을 이끌어가면서 어촌식 카페 `남해에 반하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문항마을영어조합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정진규 씨는 부산에서 개인사업을 하다가 홀로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겠다며 14년 전 이곳 문항마을로 내려왔다. 처음에는 어머니 농사일을 거들다가 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다 보니 차츰 마을 일도 하게 됐다. 문항어촌체험마을 2기 사무장, 어촌계장, 어촌체험마을 운영위원장 직까지 맡아서 하다가 현재에 이르렀다고.
 임선경 씨는 처음에는 마지못해 따라 내려왔다. "큰애를 안고 2년만 살자고 다짐하며 울면서 내려왔는데 이곳에서 둘째도 낳고 14년째 살고 있다"며 임선경 씨는 활짝 웃는다. 
 "아이들이 작은 학교를 다니는데 인성이나 정서 면에서 안정되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니 아주 만족해요."

정진규 씨가 직접 제작한 배 모형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마을기업 문항마을영어조합법인
 정진규 씨는 마을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한층 진지해진다. 문항마을은 2006년과 2007년에 전국어촌체험마을전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2012년과 2018년에는 대상을 받았다. 그는 "천혜의 자연 여건과 풍부한 자원을 잘 활용하고 전 동민이 참여해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마을을 운영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이 귀촌인들이 마을에서 잘 어울리고 자기 역량을 잘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을 어르신들이 현명한 것 같아요. 갈등을 잘 해소하면 마을에 이익과 발전이 된다는 걸 잘 아시는 거죠."
 정진규 씨는 외지인들이 오면 이 말을 해준다. "남해는 남해만의 문화가 있으니 이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처음에는 어려움을 많이 겪지만 주위 분들과 어울려 지내다 보면 어느새 이곳에 정착하게 된다"고.
 한편 그가 대표로 있는 문항마을영어조합법인은 "강진만 문항바다에서 생산되는 제철 수산물(참굴석화, 가리비 등)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수익의 일부를 더 질 좋은 수산물 생산에 투자함으로써 지역에 환원하는 순수생산자공동체 마을기업"이다. 그는 "강진만에는 굴수하식 양식장이 많다"며 지금은 주로 석화를 생산해서 판매한단다. 하지만 그에게 또 다른 계획이 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백합 양식이 잘 됐어요. 요즘은 환경이 변해서인지 도전을 안 해서인지 백합양식을 안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시범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문항 갯벌은 본래 바지락, 우럭조개가 풍부했지만 남획 탓에 지금은 많이 고갈됐다고 한다. 정 씨는 이걸 다시 복원할 계획이다. "갯벌에 종패를 뿌리고 종패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갯벌 저질 개선도 하고 일정기간은 출입통제도 해야겠지요."
 새꼬막, 새조개 같은 남해 수산물을 외지인에게 선보이고 택배 판매도 할 예정이다. 올 겨울에는 가리비와 굴을 찾는 이들도 많을 거라고 예상한다.
 

설천 문항마을에 위치한 어촌식 카페 `남해에 반하다` 전경.

어촌체험객 맞춤형 카페 `남해에 반하다`
 `남해에 반하다`는 `어촌맞춤형` 카페이자 편의시설이다. 아내 임선경 씨가 운영하는 이 카페는 올 4월에 문을 열었다. 상호명 `남해에 반하다`는 남해를 정말 좋아해 이곳에서 계속 살 거라는 큰딸이 제안했다고.

직접 잡거나 구매한 해산물로 체험객이 끓여먹는 해물라
면이 침샘을 자극한다.

 "체험마을 이용자들이 개막이 체험, 갯벌 체험을 하고 잡은 쏙이나 바지락, 생선 등을 요리해 먹고 가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자신이 잡아온 싱싱한 수산물을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으니 반응이 좋아요." 체험객들이 원하는 걸 해주니 힘도 덜 들고 반응도 좋다. 새우잡이 체험도 할 수 있다. 새우낚시체험은 파닥파닥하는 손맛에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문을 연 지 5개월 정도인데도 입소문과 SNS 덕에 찾아오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단다.
 정진규 씨는 말한다. "마을이 잘 돼야 우리도 잘 될 수 있어요.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지요. 마을 사람들과 협력해 같이 가야 합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