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스럽고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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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스럽고 감사했습니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8.23 15:52
  • 호수 6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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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의 숨비소리

그동안 `숨비소리`에 격려를 보내주신 군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 이 글을 마지막으로 물러서려 한다. 내가 아니면 모든 일이 멈춰버릴 것 같은 착각으로 외람되게 주제넘은 글을 쓰 온지가 벌써 십 수 년이 되었으니 여러분께 지은 죄가 크다. 깊이 사죄드린다. 
역사란 한 사람으로 인하여 진화해온 것이 아니다. 시대는 변화하고 변화를 읽어내는 다양한 사람들에 의하여 새롭게 탄생되고 있음을 잘 알면서도 물러나지 못하고 집착하는 것은 내 욕심에서 비롯된 교만함이란 결론을 얻었다. 
신문에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던 사십대 중반 `진정성`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출발했다. 진실을 알면서도 은폐하는 것이 두려웠고, 엄연히 존재하는 진실들이 의도된 조작과 왜곡으로 특정의 욕심에 의해 지배당하는 불행한 과오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론 정곡을 향하여 시위가 당겨지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비껴갔던 것 같다. 능력과 전문성의 한계였다. 글을 내려놓으면서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언제나 사회는 진실의 편에서 살아 남아야 하고 우리 모두는 그런 역사를 만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서서 양심의 저울추를 계량하는 것이 언론이다. 법으로 단죄하기 이전에 거짓이 정직을 이기는 불합리한 사회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가는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지역신문 간 갈등상황을 보면 같은 언론인의 입장에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물론 우리는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기도 하고, 과오를 저지르기도 한다. 감정과 이념의 대립으로 날선 공방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신문은 편집돼 집필진의 손을 떠나면 독자에게로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이란 걸 준엄하게 깨달아야 한다. 특히 공동체의 성장과 성숙을 위한 보편타당한 논지를 벗어난 사적영역의 특정감정이 군민을 피로하게 만드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부당한 공권력에 대항해 약자들의 삶을 보호하고, 미담을 통해 사회에 활력소를 불어 넣음으로써 생기가 넘치고, 정의가 실현되는 지역신문 본연의 기능을 지켜야 함에도 이미 그 도를 넘어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저버렸음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신문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필자가 고언하고자 하는 한 가지는 지역신문의 개혁이다. 그동안 회자되었던 지역신문의 통폐합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라. 다수의 신문으로 인한 쟁점의 혼선이 진실을 왜곡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신문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재정적 안정성이 필수다. 재정의 안정을 통하여 전문성을 비롯한 도덕성과 사명감이 투철한 편집자들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선 그들이 불의와 결탁하지 않고도 충분히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당한 보수가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4개나 되는 종이신문과 다수의 온라인 신문이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광고수주는 이미 지역 내 뿐만 아니라 향우사회에까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 신문사의 재정확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 하더라도 다수의 신문사가 존재하는 한 상대적으로 사회의 부담은 증가하고 열악한 재정으로 인한 악순환은 결과적으로 신문의 질을 악화시킨다.
신문의 사주나 편집인도 마찬가지다. 비록 신문사가 영리를 추구하는 법인이라도 공정한 보도와 논평을 제공하는 목적을 가진 공공재라는 인식하에 통폐합에 대한 사주들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현안의 문제들을 심도 있게 협의하여 통 큰 양보로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강구하길 바란다.
편집인들도 신문이 사적 감정의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특히 공공성을 떠난 공격의 무기로 전락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철저히 삼가야 한다. 논어에 나오는 과유불급이란 성어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물러날 때가 되었음이 감지된다면 물러나는 것이 도리고 새판을 짜는 데 조력하라.
우리지역의 신문이 참으로 정도를 가는 신문, 사회가 절절하게 필요로 하는 신문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기를 고대하면서 떠나는 심경을 전한다. 아울러 부족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성원해주신 군민여러분과 향우님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건강하시고 복된 날 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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