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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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 부서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8.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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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1997년 찾아온 IMF는 많은 이들의 삶을 궁핍하게 했다. 우리는 지난 시절 누렸든 호사를 반성하며 나라에 도움이 되고자 허리띠를 졸라매고 금을 모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때 일본과 월드컵 공동개최는 막대한 이득을 안겨 줄 호재처럼 느껴졌고, 모든 국민은 성공적 대회운영과 16강 진출만이 수렁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일 인양 집중했으며, 큰돈을 들여 히딩크 감독 영입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중위권이었던 우리나라 축구는 최상위 유럽 팀을 따라잡기 힘든 실력차이가 보였다. 우리 축구계는 계파와 금전관계로 얼룩져 선수선발 과정에 실력보다 외부요인이 많이 작용했고, 엄격한 선후배 사이는 원만한 소통을 막아 축구 발전을 저해하고 있었다. 언론과 국민은 항상 누군가 책임질 사람을 찾아 전가하기 급급했기에 부임한 외국인 감독의 용병술은 항상 여론의 과녁이 되었다.
새로 감독으로 부임한 히딩크 감독은 기존 유명선수 위주의 선출에서 탈피해 과감하게 무명선수를 영입하고 선후배의 소통을 위하여 경기 중 반말로 의사를 전달하게 했다. 또한 기술보다는 기초체력에 중점을 두어 훈련시키고 팀워크에 장애가 되는 선수는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도 배제시켰다. 그 결과 대표팀은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원만한 소통을 했고, 포지션을 막론하고 같이 뛰며 운동장 전체를 움직여 서로를 메우는 경기력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붉은 악마의 타오르는 응원에 힘입어 월드컵 4강에 올라가는 기적을 만들었다. 단체경기는 개인의 실력과 역량보다는 팀 전체의 소통과 융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보고 배웠다.
한 나라를 운영하거나 특정 지역을 운영할 때 효율성과 전문성을 가지기 위하여 모든 기관은 각각의 부서를 운영한다. 경제와 농수산을 구분하고 행정과 법률을 구분하여 업무를 분담함으로 능률을 극대화하고 전문인력을 두어 국민의 삶에 도움을 주고 행정을 간소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자수하러 온 살인자를 부서가 달라 돌려보내고 업무를 보러 가면 서로 다른 부서로 일을 전가하는 것이 작금의 실태이며, 혹시 사고라도 일어나면 책임을 회피하며 타 부서의 과실로 떠넘기고 있는 현실이다. 가진 실력보다 같이 뛰고 소통하면 월등히 좋은 성적을 만드는 것을 2002년 월드컵에서 배웠다. 부서는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지 담을 쌓아 장벽을 만들려 함이 아니다. 협업과 소통만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우리의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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