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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 진단·치료는 환자와 의사의 `동행`한의사 김동운
남해타임즈 | 승인2019.09.05 16:11|(661호)
김  동  운
한의사

한의대를 졸업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신참 한의사일 때의 일입니다. 도시에 살다가 귀촌한 70대 여성분이 내원하셨습니다.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아프고, 걷기도 힘들다며 제발 살려달라고 제게 애원하셨습니다. 살펴보니 전형적인 좌골신경통 증상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선택한 혈자리는 환도혈(이상근)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자리에서 모든 증상이 말끔히 사라져버렸습니다. 환자도 신기해하고, 저도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비슷한 증상으로 내원하는 분들께 환도혈(이상근)을 자주 사용하게 되었는데, 사람에 따라 치료되는 경우도 있고 안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그 이유를 제대로 알 수가 없었지요.
진료를 하다보면 남해가 농어촌 지역이다 보니 근골격계 통증 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통증이 갑자기 심하게 나타난 급성환자나, 오랫동안 통증을 앓아온 만성환자들은 엑스레이, 시티, 엠아르아이 등의 검사를 해보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과정에서 자신은 요추 3, 4번 디스크 때문에, 또는 협착증 때문에, 요추관협착증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면서 정보를 전달해줍니다. 또는 검사에서는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데 정작 환자 자신은 통증으로 괴롭다고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이런 정보들을 들으면 의사들은 그 정보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요?
저의 경우는 환자들이 전해주는 검사상의 정보들을 하나의 참고사항 정도로 봅니다. 즉 검사를 통해 나타난 결과를 그 병이 절대적인 원인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병의 원인들 중의 하나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찰을 합니다. 망문문절(환자를 관찰하고 묻고 듣고 만지고 하는 세세한 진단과정)을 통해서 꼼꼼하게 환자의 상태를 체크합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번거롭게 생각하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검사를 통해서 원인은 나왔고, 아픈 곳도 정해져 있으니 그에 준해서 치료하면 되는데, 아프지 않은 곳도 만져보고 눌러보고 일일이 묻고 답을 요구하고…….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언짢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엑스레이, 시티, 엠아르아이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원인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에서 말한 검사에서 나타난 것이 병의 주요 원인임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또는 병의 원인이 아리송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진단과정에서 확진을 할 수 없고, 오히려 치료과정을 통해서 역으로 병의 원인을 알아내기도 합니다. 이렇듯 진단과 치료과정을 통해서 병의 핵심 원인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몸은 복잡하고 오묘해서 진단영상장비를 통해서 나타난 것이 주요한 원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환자분들은 의사의 진단과 치료과정에 열린 마음으로 임해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의사도 환자분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어쨌거나 진단과 치료는 환자와 의사가 병의 치료를 위해서 서로 협력해가는 `과정`입니다. 의사는 환자의 몸에 대해서도, 병의 상태에 대해서도 다 알지 못합니다. 다만 환자들에 비해서 조금 더 지식을 가지고 있고 축적된 경험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명의`를 찾아서 팔도를 돌아다니지만, 어찌 보면 `명의`는 환자가 만드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치료하겠다는 의사의 의지와 더불어서, 의사의 진단과 치료과정에 기꺼이 동참하고 인내해주시는 환자분들의 동행을 통해서 말입니다. 환자와 의사가 서로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친구처럼 병의 치료과정을 함께 동행할 때 치료율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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