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유배문학관 형구(形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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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유배문학관 형구(形具) 이야기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9.20 17:59
  • 호수 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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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군 기록이야기 9 │ 김연희 학예사
김연희 남해유배문학관 학예사
김연희 남해유배문학관 학예사

남해유배문학관에서 관람객들이 제일 선호하는 전시콘텐츠는 무엇일까?
유배체험실에 가장 오래 머물면서 사진도 많이 찍는다. 그 중에서도 작년 최첨단 VR(가상현실)기계를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관광지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형구체험이 단연 인기다.
형구(刑具)란 죄인에게 형벌을 집행하기 위하여 또는 구속이나 고문을 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를 말한다. 유배문학관에는 곤장 맞기, 주리틀기, 칼 써보기 체험 할 수 있는 모형 형구를 갖추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번갈아 가면서 곤장을 쳐보고, 아빠를 상대로 주리틀기 체험을 하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을 볼 때면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상황극을 하며 즐겁게 체험하는 대부분의 관람객은 형구의 사용법을 대개 TV사극에서 배웠을 것이다. 잘못 고증된 장면들이 고쳐지지 않고 재생산되어지고 있다.
우리가 아는 사실과 얼마나 다를까? 유배문학관에 있는 형구를 중심으로 몇 가지 알아보자. 조선시대 형구에 관한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정조 때 쓰여 진 룗흠휼전칙(欽恤典則)룘, 한말 풍속화가 김윤보가 그린 룗형정도첩룘에서 형구와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먼저, 누구나 한번쯤은 사극을 통해 옥중에서 목에 차고 있는 나무칼을 봤을 것이다. 가(枷)라고 한다.

「형정도첩」의 주리트는 장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무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아 있다.
「형정도첩」의 주리트는 장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무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아 있다.

가(枷)는 여성과 유생에게는 씌우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극에 나오는 죄인은 여성, 양반, 노비 가리지 않고 죄다 나무칼을 쓰고 있다. 마른나무로 만든 가(枷)는 길이가 172㎝ 정도이고, 목을 넣는 부분의 둘레는 37㎝ 정도였다. 죄의 경중에 따라 무게의 차이가 나는 것이 흥미롭다.
두 번째로 나무 널에 사람이 엎드려 맞는 것을 구분 없이 곤장치기로 부르고 있다. 곤장은 조선후기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곤(棍)은 태형(笞刑)과 장형(杖刑)을 집행할 때 쓰이던 태(笞), 장(杖)과는 다르다. 태는 109㎝ 쯤 되는 작은 가시나무 회초리이며, 장은 길이와 생김새는 태와 비슷하나 지름이 약간 크다. 그에 반해 곤은 다섯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중곤(重棍)과 치도곤(治盜棍)의 경우 길이가 자그마치 173~176㎝에 이르고 너비가 15~16㎝, 두께가 2.4㎝ 정도이다. 조선 초기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 이렇게 큰 두툼한 곤장으로 죄인을 내리치는 장면이 나온다면 잘못된 고증일 것이다.

「형정도첩」 곤형의 장이 사람의 키처럼 크다.
「형정도첩」 곤형의 장이 사람의 키처럼 크다.

마지막으로 주리 틀기는 우리가 아는 것 보다 훨씬 잔인하고 끔찍한 고문도구였다. 원래 주뢰(周牢)의 한자어가 변한 것으로 전도주뢰(剪刀周牢)라는 말이 정식 용어이다.
사극에서는 의자에 앉아 양다리를 묶은 뒤 다리사이에 굵고 큰 주릿대 두 개를 끼우고 양쪽으로 비트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사진이나 기록화들을 보면 맨 바닥에 앉혀놓고 집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극에서 너무 많이 나와 흔한 고문방법으로 알고 있으나 도둑을 다스리는 혹독한 극형으로 영조 때 금지되었다. 실제 주리 틀기를 당하면 근육 손상은 물론 뼈까지 부러지는 경우가 허다하였고 앉은뱅이 신세가 되기도 하며 심하면 목숨까지 잃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폐지되었지만 신유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을 취조할 때 곤장과 주리를 병행했다는 기록 등이 남아 있다.
유배문학관 뿐만 아니라 다른 유적지, 관광지에서도 많은 형구모형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형구의 몽둥이 길이, 모양, 사용연대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전시실의 모형 형구라 할지라도 고증을 거쳐 제작할 필요는 있다. 늦었지만 유배문학관 유배체험실의 형구도 점검과 함께 간단한 명칭과 유래, 사용법 등 설명 안내문을 붙여야겠다.

SNS에서 올라온 유배문학관 방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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