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읍 양지마을에 사는 김태신(59) 씨는 11년째 마을 새마을지도자를 맡고 있는 숨은 봉사자다.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성격과 맞는 새마을지도자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해 그 헌신성을 인정받아 2년 전부터 남해읍새마을지도자를 대표하는 남해읍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숨은 봉사가 널리 알려지면서 올해 4월 남해군 제9회 새마을의 날 기념식에서 가장 큰 상인 새마을운동중앙회장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안았다.
김 회장은 새마을지도자뿐만 아니라 친구 모임인 남소회 사무국장과 행사팀장 등 일을 도맡아 친구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그런 김 회장이 자신의 일은 내팽개 치더라도 남의 일이라면 못 넘기는 성격 탓에 최근 뜻하지 않는 낭패를 당했다.
경동택배에서 삼동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지난달 28일 택배를 전달하러 화암 마을의 한 장애인이 살고 있는 집을 방문했다. 17호 태풍 타파 때문에 집 뒤 대나무가 마당으로 넘어져 있는 것이 걱정이던 이 집 주인은 때마침 온 김 회장에게 대나무를 베어줄 것을 부탁했다. 삼동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농약구입 등 각종 심부름을 자처하던 그이기에 집 주인의 난감한 사정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톱을 들고 집 뒤로 갔다. 대나무를 짜르기 위해 바위에 발을 걸치는 순간 몸이 기우뚱하나 싶더니 언덕 밑으로 떨어졌다. 비가 온 뒤라 주변이 미끄러워 생긴 일이었다. 김 회장은 곧장 119차량에 실려 남해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엑스레이 촬영결과 골반뼈가 완전히 부러졌다는 청천벽력을 들었다. 진단을 무려 6개월이나 받았다.
주변사람들로부터 들은 김 회장의 형편은 그리 넉넉지 않다고 한다. 소위 자기주머니 속은 걱정하지 않고 주변사람들 챙기기를 좋아하는 성격 탓이다. 김 회장의 상황을 접한 친구들과 회사 직원들, 마을 등에서도 `김태신 돕기`에 마음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모의 간병을 받으며 남해병원 336호실에 입원해 있는 그는 "개인적인 어려움으로 이 나이가 되어도 마땅히 마련해 놓은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불행을 만나 답답하기만 하다"며 연신 긴 한숨을 쉬었다. 무엇보다 변변한 보험조차 없다보니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병원비로 걱정이 태산이다.
"누가 도와달라고 하면 그 일을 안 하고는 마음이 편치 않다"는 김태신 회장. 선행을 베풀다 중상을 입는 불운을 만난 그에게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