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각·제빙창고에 담긴 문화적 기억을 되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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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각·제빙창고에 담긴 문화적 기억을 되살리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10.18 15:24
  • 호수 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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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창고프로젝트 `끝을시작展`, 유휴공간 재생과정 전시

삼동면 시문돌창고에서 12월 1일까지

전시관인 시문 돌창고 입구.
이상적인 걸 모아서 만든 아름답지 않은 `유토피아`.

 돌창고프로젝트(공동대표 최승용·김영호)의 이색 전시회 `끝을시작展`(부제: 부정을 부정하지 않는다)이 지난달 29일 삼동면 봉화로 시문돌창고에서 개막했다.
 `끝을시작展`은 개발보다는 보존, 건물의 신축보다는 기존 건물의 수선이 적절하다는 생각으로 남해 유휴공간의 재생과정을 전시한 것이다. 제목부터가 아리송하고 처음과 끝이 맞닿은 순환고리가 연상된다.
 최승용 대표는 이 전시를 두 가지 의미로 설명한다. "하나는 남해각과 미조제빙창고라는 유휴공간을 리노베이션하는 과정을 전시한다는 것이다. 남해각은 남해대교 옆에 세워진 남해의 시작점이고 미조는 남해의 끝점으로 봤는데 시작과 끝은 연결돼 있다. 다른 하나는 건물 준공이 끝인 줄 알지만 그곳을 잘 운영해야 공간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공간을 조성한 다음 활동하는 것이 또한 시작이다. 그런 의미로 `끝을 시작한다`고 주제를 잡았다."

남해각에서 가져온 TV로 보여주는 `서원태, 남해각 마지막 사진사`.

 1975년에 건축한 남해각은 남해대교를 전망하는 휴게공간으로 조성됐고 44년이 지난 지금은 유휴공간이 됐다. 1986년에 건축한 미조항 수협제빙창고는 얼음을 만들고 수산물을 냉동하는 곳이었으나 2002년 새 제빙창고가 들어서면서 기능을 다하고 20년간 유휴공간으로 있었다. 이 두 곳을 문화공간으로 재생하는 과정을 일종의 미로를 따라가며 보는 전시다. 
 전시물은 `유토피아`, `유휴`, `서원태, 남해각 마지막 사진사`, `실마리`, `부정을 부정하지 않는다`, `남해 유휴공간 재생 연구`, `헤테로토피아`, `네츄럴시퀀스, 미조제빙창고 재생 설계도·모형`, `네츄럴시퀀스, 남해각 재생 설계도·모형`으로 컴컴한 미로를 따라 각각의 공간에 설치돼 있다.
 헤테로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는 유토피아라는 철학적 개념이라고 한다. "시장, 광장 같은 현실은 부정적이고 다툼이 일어나고 안과 밖의 구분이 없고 흔들린다. 깔끔하고 깨끗한 유토피아는 없다." 오래되고 낡은 공간, 그곳에 담긴 불편한 기억들, 그곳의 주민과 노동자 등 부정하게 보이는 것들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 전시는 유휴공간을 개발하는 과정에 거쳐야 하는 여러 단계의 고민을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는 듯하다. 미조창고와 남해각 재생 주체는 남해군이며, 여기에 참여할 전문가들에게 이 전시가 기획과 설계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도 있겠다.

남해각과 미조제빙창고를 표시한 남해 지도.

 최승용 대표는 "원래 남해의 기억들이 있다. 그 기억들을 존중하고 살리는 기획이 되어야 한다. 다른 곳의 모범 사례를 가져온다는 건 여기 있는 게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최대한 여기 있는 것들을 매체를 다르게 해서 표현한다거나 현대적인 음악과 접목하는 등 방법적인 전환을 한 거지 소재 자체를 다른 데서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맥락으로 유휴공간들을 기획했다"고 말한다.
 공간 프로젝트를 하는 기본 입장은 지금까지 이들이 해왔던 것처럼 남해의 문화적 기억을 이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돌장, 애매살롱도 그렇고, 돌창고 자체도 그렇고 그런 문화적 기억을 존중하면서 해왔다.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게 지역 발전에 가장 좋다. 내 고장이 좋으면 청소를 열심히 하고 오는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사는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낸다. 그런 프라이드를 살리고 지키는 게 문화적 기억들이다."
 대규모의 미조 제빙창고 두 곳은 미조가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증명하는 건축물이다. 남해대교와 남해각은 남해가 가장 번성했던 인구 12만이던 시절의 흔적이다. 이 전시는 두 건축물에 담긴 시대의 흔적을 남해군민들의 기억 속에 되살려놓고 있다.
 `끝을시작展`은 12월 1일까지 계속되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목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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