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지처(糟糠之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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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糟糠之妻)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10.21 15:10
  • 호수 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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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기 │ 창선고 교장

糟 : 지게미 조    糠 : 겨 강    之 : 어조사 지    妻: 아내 처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을 때의 아내라는 뜻으로, 몹시 가난하고 천할 때에 고생(苦生)을 함께 겪어 온 아내를 이르는 말.

조강지처는 후한서 송홍전에 나오는 말로, 그 유래는 중국 후한을 세운 광무제에서 비롯됐다. 광무제에게는 `호양공주`라는 미망인이 된 누님이 있었다. 당시 인품과 학식이 매우 높은 송홍이라는 조정 중신을 누이 호양공주가 무척 흠모했다. 이를 눈치 챈 광무제는 송홍을 불러 자기 누이와 재혼하지 않겠느냐며 물었다.
"여보게. 신분에 맞게 살아야지. 지금 귀한 벼슬을 하니, 그에 걸 맞은 새 부인을 얻어 폼 나게 살아야지 않겠나?" `성은(聖恩)이 망극하옵니다`라고 송홍이 대답할 줄 알았는데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다.
"폐하, 살림살이가 몹시 어려워 술지게미나 쌀겨와 같이 보잘 것 없는 음식으로 고생하며 함께 살아온 처는 아무리 부귀공명을 얻었다 한들 버리거나 박대할 수 없습니다." 이때부터 조강지처는 `술지게미나 쌀겨와 같은 보잘 것 없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 고생하면서 집안을 일으킨 아내를 이르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칠거지악(七去之惡)`까지 내세우며 여인들을 속박했던 조선시대에도 조강지처는 `부모의 삼년상을 지낸 처, 의지할 곳 없는 처`와 함께 쫓아낼 수 없는 `삼불거(三不去)`로 꼽았다.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권자에 오른 위정자는 광무제처럼 `귀해지면 사귐을 바꾸고, 부자가 되면 아내를 바꾼다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인간은 환상으로, 때로는 착각으로 사는 것 같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조강지처만한 사람은 그 어느 곳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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